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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신화 "히딩크 신드롬"
  • 이천예총사무국장 김선우
  • 승인 2002.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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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우리 축구팀이 폴란드에게 패했더라면 어찌됐을까. 가장 먼저 과녁이 될 사람은 히딩크 감독일 것이다. 요즘의 우스갯 소리에 그 정답이 들어있다. “우리가 졌더라면 온갖 비난과 함께 `히딩크 죽이기'가 시작된다” 네티즌의 농담은 이어진다. “우리 팀이 16강에 오를 경우 히딩크 귀화(歸化)설이 나오기 시작한다. 8강에 오르면 강제 귀화당한다” 아예 “히씨 성(姓)의 시조(始祖)가 돼 달라”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귀화'를 주제로 한 조크라도 금년 초에 나온 것은 성격이 좀 다르다. “히딩크가 귀화하면 그의 이름을 `오대영'이라고 하자”-여기엔 비웃음이 담겨있다. 지난해 체코, 프랑스 팀과의 경기에서 우리 팀이 각각 5대0으로 진 걸 비아냥대는 내용이다. 우리의 `냄비 기질'을 거울에 비춰본 것 같아 부끄럽다.

어찌됐든 이제 `히딩크 신드롬'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16강에 못들면 다소 시들해지겠지만 본선 1승의 감격은 쉬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둔다면 `히딩크 열풍'은 가히 폭발적 위력을 나타낼 것임에 틀림없다. 당장 히딩크식 기업경영, 교육철학 등 그를 벤치마킹하자고 난리 아닌가.

이 신드롬을 몇가지로 분석해보면 우선 `확고한 소신'이다. 그는 한국 축구의 허약성을 체력과 정신력에 맞췄다. 지금까지 축구에 대해 좀 안다는 사람들은 입만 열면 “정신력은 좋은데 기술이 너무 없단 말이야”하며 아쉬워했다. 그래서 이회택, 차범근, 허정무 등 역대 감독은 모두 기술에 능한 선수출신이었다.

히딩크 역시 선수 출신이다. 그러나 미드 필더로 뛰었던 그는 네덜란드에선 꽤 잘하는 편이었지만 국제적으로 주목받은 선수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지도자로서 화려한 경력을 지녔다. 네덜란드, 터키, 스페인 등에서 감독을 지내며 주가를 높였다. 그의 `팀 경영' 노하우는 이런데서 쌓였다.

히딩크는 한국 축구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었다. 기술엔 85점 정도를 매겼다. 좋다는 정신력에 대해선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 투지는 있으나 자제력과 도전정신이 수준이하라고 했다. 체력은 더 형편 없이 봤다. 전문 트레이너를 두고 월드컵 본선 직전까지 체력 훈련을 실시한 걸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이를 두고 “전술 훈련을 언제하려고 체력 훈련만 시키느냐”는 비판이 많았지만 그는 고집스럽게 밀고 나갔다.

히딩크는 어떤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고 버티었다. 많은 돈을 주고 모셔왔으면(?) 일단 맡겨 두어야 옳다. 그런데도 우리는 가끔 그를 흔들어댔다. 주전 선수(베스트 11) 선발 문제만해도 그렇다. “하루 빨리 뽑아 전술 훈련을 시키라”는 주문이 쇄도했지만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전원수비, 전원공격의 토탈사커를 지향하는 히딩크는 “주전이 따로 없다”면서 선수 전원을 상황에 따라 골고루 맞춰 쓴다. 폴란드가 `도깨비 축구'라고 당황한 것도 바로 이 점이었다. 선수 한 사람이 2곳 이상의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현혹당한 셈이다.

따라서 히딩크에게는 스타 플레이어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 또한 고정관념이었다. 그가 국가대표 엔트리를 발표했을 때 여론은 왕년의 스타들을 왜 기용하지 않느냐고 성토했다. 히딩크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베스트 11'이 있다고 치자. 과거에 그런 컴비네이션으로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를 부른 것 아닌가. 똑같은 선수, 똑같은 플레이 형태로는 누가 맡아도 결과는 동일하다”면서 일축했다.

이는 곧 신드롬의 또 다른 요소인 `공평무사(公平無私)'의 바탕이다. 훈련량을 채우지 못하거나 임무를 제대로 못한 선수는 가차 없이 출전기회를 박탈했다. 팀웍을 강조하는 히딩크는 돌출행동을 하면 스타라해도 용납하지 않는다. 골을 넣거나 먹었을 때 어느 한 선수의 공과(功過)가 아닌 팀 전체의 공로나 실수로 여긴다. 그래서 선수들은 그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까지 할 정도로 신뢰한다고 소문났다. 연고주의를 떠난 공정한 인사와 평가 때문이다. 이 것이 `히딩크 효과'다.

히딩크는 선수 사이의 `의사 소통'을 유달리 강조하는 감독이다. “그라운드에선 다 동등하다. 선·후배 간 대화도 모두 반말로 하라. `형'이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지시한 건 유명하다. 후배가 선배에게 지시할 경우도 허다하니 경어는 방해가 된다는 의미다. 그 자신도 스타 의식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폴란드를 이기면 영웅이 될 것이라고 추겨세우자 “영웅 같은 건 관심 없다. 내 일을 할 뿐이다”고 대답한 그였다.

"제대로 하기 위해 어려운 길을 돌아왔다”는 히딩크. 지금 우리는 지난 500일 간의 땀과 눈물은 간과한 채 결과만 찬양하고 있는 건 아닌지···. `히딩크 신드롬'의 본질을 생각할 때다.

이천예총사무국장 김선우  kim0960@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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