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이전-오피니언칼럼
최선, 아니면 차악(次惡)의 선택을
2002년 6월 4일 밤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 월드컵 대표팀이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월드컵 출전
48년만에 첫 승리를 거둔 밤이었다. 4,700만 국민들은 환희
와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서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며 대∼한민국을 목이 텨져라고 외쳐 불렀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헝가리에게 0-9로 대패한 이래 1
승을 올리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땀과 노력을 기울였던가.
우리는 치욕과 좌절의 쓴맛을 맛보면서 '우리는 안 돼...'라
는 자포자기로 괴로워 해야만 했었다.

그러나, 거스 히딩크라는 사람을 월드컴 대표팀 감독으로 영
입한 후에 우리는 희망을 가지게 된 것이다. 우리의 '남비'
들은 히딩크에게 조급한 성과를 요구하면서 별별 비난과 구
설을 퍼붓기도 했지만, 그는 1년 5개월동안 남비들의 트집을
아랑곳하지 않고 체력을 바탕으로 한 투지와 용기의 대표팀
으로 새롭게 변신시키는데 성공하였다.

그 감동의 밤, 광화문 네거리를 15만 인파가 꽉 메우는 등
전국 각지에서 '붉은 악마'들의 함성이 드높고, 환자들도,
죄수들도, 장애인들도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온 국민이
한덩어리가 되어 대한민국을 응원하고 대한민국을 자랑스러
워 하던 민족의 축제가 열렸던 것이다.

제프리 존스 주한 미 상의회장이 어느 일간지에 기고하기를
'한국인들은 훌륭한 리더와 함께라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성취해 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축구로 예를 들자면, 히
딩크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들의 능력과 기술을 최대한 발휘
하고 승리에 대한 의지를 굳힐 수 있도록 선봉에 나섰기 때
문에 괄목할 만큼 급성장할 수 있었다. 한국인은 반드시 한
국의 발전을 위해 훌륭한 지도자를 선출해야 하는 것이다'라
고 우리를 일깨워 주었다.

우리는 그동안 각종 선거를 치르면서 우리의 훌륭한 지도자
를 내세우는데 있어 무책임했다는 사실을 부인키 어렵다.

중앙선관위의 조사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 '반드시 투표
하겠다'라고 응답한 유권자가 42.7%에 불과하다고 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는 훌륭한 리더가 나타날 수가 없다는 것이
명약관화한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지방선거의 후보자들을 훑어보고는 '찍을 사
람'이 없다고 하며 선거일에 투표하지 않고 가족들이나 친구
들과 함께 야외나 가겠다고도 한다.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는
인사들이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지방행정과 지
방의회를 책임진다는 사실을 도외시하고 있는 것이다.

'훌륭한 지도자'는 하루아침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유권
자들의 철저한 검증, 엄정한 심판을 통하여 다듬어지고 여과
되는 과정을 거쳐야만 좋은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기름진 토양일지라도 좋은 씨를 뿌리고 정성을 기울
여 가꿔어야 만이 그 농작물이 잘 클 수 있다는 점은 삼척동
자도 아는 터에, 척박한 땅을 아무렇게나 내팽개치고는 잡초
만 무성하다고 불만을 토로한다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행동
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면, 되어서는 안 될 최악의 인물을
제치고 그 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을 선택하여 투표하
는 길이 비리의 온상이요 무능한 자들의 사랑방으로 전락한
지방정부의 토양을 한단계 개선하는 방법인 것이다.

지금까지 현직으로 있으면서 비리에 연루되거나 지방예산을
낭비한 사람, 전과사실을 숨기거나 학력·경력·직업을 위장
한 사람, 선거를 치르지도 않았는데 당선이라도 된 양 거드
름을 피우거나 업자들과 결탁하여 금품을 받는 사람 등은 최
악의 인물이다. 이런 자들은 자신의 이익이나 욕심에 봉사
하느라고 우리 지역에 막대한 피해와 손실을 끼칠 것이기 때
문이다.

올바른 후보를 뽑기 위하여 후보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신중
하게 투표함으로써 문제가 있는 후보들이 지방정부에 대거
진입하는 것을 막는 것이 우리의 의무요 지방자치 후진국으
로서의 과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시기상조라느니 기대한다는 것이 어
리석다느니 등의 패배의식을 떨쳐내고, 우리의 힘으로 좋은
일꾼을 키워 내겠다는 투지를 가져야 한다.

곽근홍(논설위원)  young@kocus.com

<저작권자 © 교차로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곽근홍(논설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개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