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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도둑놈이다."
중국 명나라의 3대 황제인 영락제(永樂帝)는 원래 지금의 북경일대인 변방을 다스리던 연왕(燕王)이었다. 무지막지하고 탐욕스러운 그는 약 4년간에 걸친 치열한 싸움 끝에 조카인 건문제(建文帝)를 죽이고 황제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당연히, 국민의 인기를 얻을 수가 없었고 민심 또는 흉흉하였으니 영락제는 획기적인 민심수습책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전국적으로 존경을 받고 있던 대학자인 방효유(方孝孺)에게 머리를 숙이면서 정권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글을 써달라고 애걸하였다.

방효유는 완강하게 거절하였지만, 강제로 영락제 앞에 끌려오게 되었다.

방효유는 붓을 들어 '연적(燕賊)이 찬위(簒位)하다'라고 크게 쓰고는 붓을 집어던졌다.

연나라 도적이 황제자리를 빼앗았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너는 도둑놈이다."라고 욕을 한 것이다. 영락제는 크게 노하여 방효유의 입을 귀밑까지 찢어버리고, 그의 일족과 문하생 73인을 모조리 죽였다고 한다.

또한, '도둑놈'에게 굽히지 않고 절개를 지켜 학살 당한 선비들이 3000여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다음 세대를 짊어질 기개와 절조있는 인물들이 거의 제거된 것이다.
그 이후, 명나라 정부에는 간신배와 기회주의자·협잡꾼들이 득실거렸으니 나라꼴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오늘부터 본격적인 지방선거에 돌입하고 있는 중에, 월드컵 열기로 전국이 달아오르고 있다. 아무리 골인 장면에 도취되어 들뜨고 있다고 하더라도 지방선거에 무관심하면 안된다. 왜냐하면, 그 정신없는 틈을 타서 '도둑놈'이 자리들을 꿰차고 앉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의 후보자들 중에서 부정부패나 이권과의 결탁 등 비리를 수단으로 하여 거액을 챙긴 자는 없는 지 잘 살펴야 한다. 그런 자일수록 인정사정 없이 돈을 뿌려대고 큰 소리를 친다.

어차피 남의 돈이였기 때문에 하나도 아깝지가 않은 것이다.

그들로부터 돈을 몇푼 받아먹고 낄낄대며 좋아하거나, 소주 몇잔 얻어 먹고 노래방에서 고함이나 질러대는 유권자가 있다면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둑놈'에게 포섭되어 그 일당이 된다면 이 땅은 도둑놈의 소굴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습적으로 거짓을 일삼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상대방을 모략하는 자는 없는지, 사기행위나 간통행위로 남의 가정을 파괴하는 파렴치범은 없는지 정신을 차려서 찾아내어야 한다. 그런 자일수록 도덕군자 행세를 하기 마련이다. 그들의 달콤하고 그럴듯한 말에 넘어가서 마음이 약해져서는 안된다. 그들은 우리의 깨끗한 마음을 훔쳐낸 '도둑놈'이기 때문에 절대로 속아넘어가서는 안되는 것이다.

시장·군수나 지방의원으로 있으면서 시민의 편에 서지 않고 무능과 실책으로 시민에게 피해와 부담을 준 자는 없는지를 가려내야 한다.

민주주의는 책임의 정치이다. 시민의 대표로서 잘못한 점이 있다면 마땅히 책임을 지고 물러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뻔뻔스럽게 다시 후보로 나선다는 것은 용납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들은 민주주의를 농락한 도둑놈이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본지에서는 시장·군수등을 비롯한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기준을 조사한 결과 '도덕성'이 제1덕목으로 선정되었다. 능력이네 경력이네를 자신의 강점으로 부각시키는 후보자들이 있지만, 우리들에게는 도덕적으로 존경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들이 필요한 것이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경력이 화려한 들 그들이 '도둑놈'에 지나지 않으면, 그로 인한 폐단과 부작용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사태들을 보며 시민들이 깨닫게 된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도둑놈'들을 일소하여야 한다.

곽근홍 논설위원  kim0960@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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