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鳶(연)날리기
  • 김선우 이천예총사무국장
  • 승인 2002.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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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를 끝내고 항아리가 김치를 삼켜 꿀 먹은 벙어리처럼 땅속으로 숨고 나면 촉새 떼가 눈발 선 뿌연 하늘을 안식처를 찾아, 먹이를 찾아, 친구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는 초겨울이 온다.

어린 우리들은 두 가지 걱정을 해야 했다.
하나는 추운 겨울에 방을 덥혀줄 땔나무를 해다가 쌓아 놓는 일과 또 하나는 긴 겨울을 재미있게 보낼 놀이감을 만드는 일이다. 땔나무를 하는 일은 눈과 비가 오지 않는 날이면 으레 하루에 한 짐씩 해야 하는 일이고 놀이감 준비는 틈이 나는대로 해야 했다. 놀이감에는 얼음이 얼 것에 대비하여 썰매와 팽이를 만드는 것과 새를 잡는데 쓸 고무새총, 덮치기, 활치기를 만드는 일인데 제일 신나는 것이 鳶을 만드는 일이었다.

연에는 방패연과 가오리연의 두 가지 였는데 그 때 우리는 꼬리연을 가장 많이 만들었다.
방패연과 가오리연은 어린아이들이 만들기엔 다소 어려웠지만 꼬리연은 다소 균형이 맞지 않게 만들어진 방패연과 가오리 연 일지라도 꼬리만 길게 달아주면 옆으로 꿇지도 않고 술취한 것처럼 빙빙 돌지도 않고 그냥 잘 날아주었기 때문이다. 바람이 없는 날엔 실 끝을 잡고 막 달리기만 하면 연은 꼬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스스로 균형을 맞추면서 잘도 날아주었다. 바람이 잘 불어주는 날엔 들판으로 나간다. 들판엔 전깃줄도 미루나무나 가시나무도 없다. 연이 빙빙 돌아도 실을 맘껏 풀어 줘도 걸리적 거리는 것이 없다. 이윽고 넓고 평평한 들 한 가운데 서서 바람을 둥지고 연줄을 풀어준다. 연은 꼬리를 파르륵 파르륵 흔들며 높이높이 솟구친다.

어느 釣師(조사)가 월척을 낚은들 그 손맛을 이것과 비기랴.
까마득하게 높은 창공에서 꼬리를 팔락이면서 飛魚(비어)가 춤을 춘다.
땅에서 줄을 잡고 있는 것이 나인지 창공 높이에서 팔락이는 것이 나인지 가물가물하다. 내가 연줄을 잡고 있는 것인가 하늘에서 내려준 生命(생명)줄에 내가 걸려있는 것인가.

동쪽으로 효양산 넘어 저멀리 흐르는 강이 보이는 것도 같고 서쪽으로 설봉산 넘어 도드람 넘어 저 멀리 서쪽으로 西海(서해)의 물결이 보이는 것도 같고 밤이면 해가 돌아가 쉰다는 곳이 보이는 것도 같다. 하늘 높이 가물가물 보일듯 말듯한 연과 그리고 그 연줄을 잡고있는 나만이 세상에 있을 뿐이다. 바람이 차츰 약해져서 연이 자꾸 밑으로 내려온다. 연줄을 당겨 본다. 그러나 연은 자꾸 밑으로 내려온다.

나는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그래도 연은 자꾸 내려온다. 더 빠르게 뒷걸음쳤다. 풍덩! 웅덩이에 빠지는 순간 연줄을 놓쳤다. 연은 멀리 멀리 십리, 이 십리, 삼 십리 밖 멀리멀리 날아가 버렸다. 연만 쳐다보다가 땅의 일도 모르면서 하늘만 쳐다보다가 죽을 뻔한 녀석이라고 야단을 맞고 난 후 지금까지 연 날리기를 해 보지 못했다.

올 겨울엔 연 날리기를 해 볼까. 그 때처럼 꼬리연을 들고 촉새 떼가 무리지어 날고있는 저 구만리 들판으로 나가 연을 띄워 볼까.

김선우 이천예총사무국장  whppans@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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