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즐겨 읽던 수호지(水滸誌)의 시대적 배경은 비리와 부패로 온 나라가 폭싹 썩어가고 있던 북송(北宋) 말기이다. '엿장수 마음대로' 횡포를 부리는 탐관오리들의 '어금니와 발톱'을 견디지 못한 백성들은 어쩔 수 없이 산적, 수적, 해적 등으로 직업을 바꿔야만 했었다.
그 수호지의 무대는 양산박이라는 곳인데 물로 둘러쌓인 천험의 요새였다고 한다. 양산박이 무시무시한 도적들의 소굴로 크게 이름을 떨치기 전에는 왕륜이라는 시시한 두목이 좀도둑들을 이끌고 거드름을 피우고 있었다.
왕륜의 취미생활은 그 좋지도 않은 '머리'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 보는 것이었고, 특기는 남을 시기하거나 의심하면서 포용력이라고는 손톱만큼도 발휘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양산박에 몸을 담고자 찾아오는 인물들 중에서 자신보다 능력이 있어 보이거나 뛰어난 사람이 있다면 별별 구실을 붙여 입당을 막았다. 혹 자신의 자리를 뺏기지나 않을까, 스스로의 보잘 것 없는 정체가 탄로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임충이라고 하는 무용이 출중한 인물이 양산박에 찾아 갔을 때도 왕륜한테 온갖 수모를 겪고 나서야 애걸복걸하며 겨우 '산적' 의 무리에 낄 수가 있었으니 어이가 없다.
그러한 왕륜이 최대의 고비를 맞게 되었다. 조개라는 거물급 인사를 비롯한 7명이 양산박의 도적이 되고자 찾아온 것이다.
'당연히' 왕륜은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며 조개 등의 입당을 거절하였다.
그동안 '열 받고' 있던 임충은 분연히 일어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왕륜 이 놈아, 전번에 내가 이 곳에 들어왔을 때도 네 놈이 말하기를, 방이 적다느니 양식이 넉넉치 못하다느니 이따위 수작을 하더니 오늘도 똑같은 수작이로구나!" 하면서 왕륜에게 대들었다.
조개 등은 자신들이 입당하지 않으면 되니 다투지 말라고 임충에게 당부하였다. 그러자 임충은 "웃음 속에 칼을 품고, 말만 깨끗하고 행실은 더러운 저 따위 놈은 그대로 둘 수 없습니다."라고 외치면서 칼을 뽑아 왕륜을 죽이고는, 조개를 양산박의 두령으로 내세웠다. "조선생은 의리를 중히 여기시고, 재물을 우습게 아시며, 지용(智勇)을 겸비하시어 천하게 그 이름을 떨치신 터이니 제가 의기를 중하게 생각하는 뜻으로 산채의 주인으로 모시는 것입니다."라고 임충은 진정을 토로하였다.
우리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정말 맞는 말이다"라고 마음 속으로 부르짖게 된다. '왕륜'같은 인물이 자리만 차지하고 않아서 어질고 유능한 사람이 '입당'할 수 없도록 온갖 못된 짓을 하는 모습들이 그리 생소하지 않다는 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천년 민주당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소위 국민경선으로 국민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중에, 한나라당도 본격적인 경선을 통하여 대통령 후보를 뽑는다고 한다. 이제야말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에는 38세의 김민석의원이 경선을 통하여 새천년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되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서울시장후보는 당 총재를 위시한 실력자들이 밀실에서 협의하여 '누가 나가라'고 지령을 내렸던 사실을 상기하면 정말 괄목할 만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소위 상향식 경선제도에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았는 데도, 일부 지구당에서는 '문'을 꽉 닫아 놓고 자기들끼리 너 뭐해라, 너 어디 나가라는 식으로 밀실 공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개 도적들의 소굴인 '양산박'에서도 어질고 능력있는 인물이라면 쌍수를 들고 받아들이고 있는 터에,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정당에서 대대적으로 시민들을 영입할 생각은 하지 않고, '왕륜'같은 인물이 후보자가 되어 내가 가장 훌륭한 사람이니 나를 뽑으라고 위세를 부리고 있으니 어찌 시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는가.
'왕륜'은 구시대의 찌꺼기일 뿐이다. '임충'은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칼'을 뽑아야 한다. 그리고 시민의 대표를 주인으로 모셔야 할 것이다. 이제는 시민의 시대인 것이다.
그 수호지의 무대는 양산박이라는 곳인데 물로 둘러쌓인 천험의 요새였다고 한다. 양산박이 무시무시한 도적들의 소굴로 크게 이름을 떨치기 전에는 왕륜이라는 시시한 두목이 좀도둑들을 이끌고 거드름을 피우고 있었다.
왕륜의 취미생활은 그 좋지도 않은 '머리'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 보는 것이었고, 특기는 남을 시기하거나 의심하면서 포용력이라고는 손톱만큼도 발휘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양산박에 몸을 담고자 찾아오는 인물들 중에서 자신보다 능력이 있어 보이거나 뛰어난 사람이 있다면 별별 구실을 붙여 입당을 막았다. 혹 자신의 자리를 뺏기지나 않을까, 스스로의 보잘 것 없는 정체가 탄로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임충이라고 하는 무용이 출중한 인물이 양산박에 찾아 갔을 때도 왕륜한테 온갖 수모를 겪고 나서야 애걸복걸하며 겨우 '산적' 의 무리에 낄 수가 있었으니 어이가 없다.
그러한 왕륜이 최대의 고비를 맞게 되었다. 조개라는 거물급 인사를 비롯한 7명이 양산박의 도적이 되고자 찾아온 것이다.
'당연히' 왕륜은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며 조개 등의 입당을 거절하였다.
그동안 '열 받고' 있던 임충은 분연히 일어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왕륜 이 놈아, 전번에 내가 이 곳에 들어왔을 때도 네 놈이 말하기를, 방이 적다느니 양식이 넉넉치 못하다느니 이따위 수작을 하더니 오늘도 똑같은 수작이로구나!" 하면서 왕륜에게 대들었다.
조개 등은 자신들이 입당하지 않으면 되니 다투지 말라고 임충에게 당부하였다. 그러자 임충은 "웃음 속에 칼을 품고, 말만 깨끗하고 행실은 더러운 저 따위 놈은 그대로 둘 수 없습니다."라고 외치면서 칼을 뽑아 왕륜을 죽이고는, 조개를 양산박의 두령으로 내세웠다. "조선생은 의리를 중히 여기시고, 재물을 우습게 아시며, 지용(智勇)을 겸비하시어 천하게 그 이름을 떨치신 터이니 제가 의기를 중하게 생각하는 뜻으로 산채의 주인으로 모시는 것입니다."라고 임충은 진정을 토로하였다.
우리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정말 맞는 말이다"라고 마음 속으로 부르짖게 된다. '왕륜'같은 인물이 자리만 차지하고 않아서 어질고 유능한 사람이 '입당'할 수 없도록 온갖 못된 짓을 하는 모습들이 그리 생소하지 않다는 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천년 민주당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소위 국민경선으로 국민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중에, 한나라당도 본격적인 경선을 통하여 대통령 후보를 뽑는다고 한다. 이제야말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에는 38세의 김민석의원이 경선을 통하여 새천년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되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서울시장후보는 당 총재를 위시한 실력자들이 밀실에서 협의하여 '누가 나가라'고 지령을 내렸던 사실을 상기하면 정말 괄목할 만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소위 상향식 경선제도에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았는 데도, 일부 지구당에서는 '문'을 꽉 닫아 놓고 자기들끼리 너 뭐해라, 너 어디 나가라는 식으로 밀실 공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개 도적들의 소굴인 '양산박'에서도 어질고 능력있는 인물이라면 쌍수를 들고 받아들이고 있는 터에,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정당에서 대대적으로 시민들을 영입할 생각은 하지 않고, '왕륜'같은 인물이 후보자가 되어 내가 가장 훌륭한 사람이니 나를 뽑으라고 위세를 부리고 있으니 어찌 시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는가.
'왕륜'은 구시대의 찌꺼기일 뿐이다. '임충'은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칼'을 뽑아야 한다. 그리고 시민의 대표를 주인으로 모셔야 할 것이다. 이제는 시민의 시대인 것이다.
곽근홍 논설위원 kkh@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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