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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마고그(Demagogue)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재보선, 지방선거 등등 올해는 이 나라의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선거의 해'이다. 아니나 다를까, 1월 21일에 건설교통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3천754만평을 해제한다고 발표하였다.

당연히 온 국민이 쌍수를 들고 환영 할 줄 알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 소위 그린벨트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멱살을 서로 움켜잡고 삿대질을 하며 소란을 피우는 모습들이 TV나 신문에 나타나는 것을 필두로 환경단체들이 문제점을 지적하며 들고 일어섰다.

수도권 집중억제 원칙이 어떻게 되었다느니, 정부가 난개발을 부추긴다느니, 환경평가 1, 2등급 지역을 사수한다는 약속을 안지켰다느니 등의 말들이 있지만, 선거를 앞둔 선심정책용 발표라는 것과 그린벨트 해제 과정에 흑막이나 비리가 있지 않겠느냐고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시민들의 한숨 소리가 드높기만 하다.

그러다가, 마치 '시리이즈'를 엮듯이 1월 23일에 건설교통부는 아산에 876만평의 신도시를 개발한다고 발표하면서 어마어마한 청사진을 그려냈다. 국토를 효율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동안 꾹 참고 있다가 정권이 끝나가는 연도에 이르러 중대한 정책을 서둘러서 발표한다는 점이 국민들을 아직도 '어린 백성'으로 보고 있지 않는가 하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어쩌면, 이 나라가 곧 지상낙원이 될 것이라는 엄청난 플랜과 비전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아테네는 페리클레스시대(기원전 431-404)에 전성기를 구가하였으나 스파르타와의 전쟁에 빠져들게 되었다. 페리클레스가 죽자 클레온을 비롯한 졸부출신들이 민중지도자(데마고고스, Demagogos)를 자처하면서 온갖 선심공약과 그릇된 정책으로 전쟁을 이끌었으나, 전쟁에 패배하여 결국 스타르타에서 항복하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히틀러도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과 게르만 민족에 의한 세계제국 건설 등의 공약으로 독일국민들을 선동하여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한때 위세를 떨치기도 했지만, 수천만명의 희생이 따라야 했으며 그 또한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지 않았던가

현실성 없는 공약으로 대중을 현혹하여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거나 권력기반을 강화하는 「선동정치가」를 뜻하는 '데마고그'는 모든 정치과정을 중우정치(衆愚政治)로 타락시켜, 끝내 그 나라를 망치거나 시민들을 도탄에 빠뜨리게 하는 위험한 정치꾼들인 것이다.

지금, 이 나라가 전반적인 위기와 혼란에 휘말려 있는 것은 능력과 도덕성을 갖추지 못한 그 데마고그들이 지도자가 된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에게 현혹되어 공연히 들뜨고 분별없는 선택을 해 버린 우리들의 탓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독일국민들이 세계를 호령한 히틀러를 자랑스럽게 내세우지도 않고, 당시 그에게 세뇌되어 광란의 행동을 취하였던 자신들을 부끄럽게 여기면서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비는 태도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이다.

데마고그는 지역감정이나 학연, 친분 등을 내세워 감성을 자극함으로써 우리의 냉철한 판단을 마비시킨다. 또한, 그들은 얄팍한 이권이나 특혜를 미끼로 우리를 유혹하여 더러운 시궁창에서 내뒹굴게 만든다. 그리고는, 그들은 사업성이나 수익성이 없는 일들을 벌여 굉장한 업적이나 이루고 있는 양 떠벌이지만, 그 일들로 생겨난 피해와 부담은 고스란히 우리들이 뒤집어쓰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하고 무엇이 사태의 본질인지를 깨달아야 한다.

금년은 대통령 선거로부터 작게는 지역의 무슨 조합장이니 이사장이니 까지 별의별 선거가 치러지게 되어 있다. 이러한 각종선거에서 데마고그들은 도태되어야 한다. 그들이 세력을 잡게 되면 우리들이 불행해지기 때문이다.

곽근홍 논설위워  kkh@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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