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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행
가쁜 숨을 견디면서 산길을 오르노라면 가을풍경으로 채색되어 가고 있는 자연현상에 만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알고 있거나 모르고 있거나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삼라만상은 끊임없이 그 모습을 탈바꿈을 하고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도 푸른빛이 감돌고 있는 이파리들이 실바람에 조차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있다. 그 뜨겁고 길기만 했던 여름날에 그것들은 매미소리 만큼이나 위세가 등등했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무너질 줄은 차마 우리는 몰랐었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에게는 그 시작이 있다면 또한 종말이 어김없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어째서 우리는 '까먹고' 사는 걸까.

오늘도 변함없이 폭로니 탄압이니 실세니 몸통이니 하면서 서로 멱살잡이 하고 '패대기'치느라고 정신없이 바쁘기만 한 '훌륭한' 분들의 활약성이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하도 신물날 만큼 그러한 모습들을 보아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가끔씩 "왜들 저러지"라고 그 이유를 깜박 잊을 때도 있다. 물론, 그들은 권력을 잡기 위하여 때와 장소와 법도를 불문하고 마구잡이로 '칼'을 휘두르고 있는 '투사'들 임을 어찌 우리가 모를 수야 있겠는가.

무엇 때문에, 그들은 끔직한 망신을 당하고 처절한 고초까지 겪으면서 까지 '권력'을 잡으려고 눈에 핏발이 서 있는 것일까. 무엇으로도 환가(換價)할 수 없는 '명예' 때문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명예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들은 저열한 표현과 추악한 행동을 아주 싫어할 뿐더러 '진흙탕의 개싸움'(泥田鬪狗)은 상상을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것들이야말로 명예를 완전히 실추시키는 작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라에 충성하고 지역에 봉사하겠다는 오직 '붉은 마음' '한마음'으로 어쩔 수 없이 권력을 손에 넣으려는 것일까. 속된 말로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아니, 그렇게 국가와 지역을 사랑한다는 사람들이 서로 한 자리에 모여 난국을 타개할 생각은 한 번도 하지도 않고 사사건건 싸움질만 벌이며, 너와 나 할 것 없이 머리를 맞대고 지역의 화합과 발전의 길을 모색하기는커녕 상대방을 흠집내기에 중상모략·유언비어 등을 총 동원하고 파당을 갈라 시민들 간의 적대감을 조장한 단 말인가.

지금까지 우리가 겪어왔던 사실들을 반추해 보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정치싸움이나 권력투쟁을 벌렸던 집단일수록 더욱 부패하고 도덕성이나 지도력이 형편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들은 불법적으로 재물을 획득하고 권력을 남용하는 데에만 능력을 발휘할 줄만 알았지 이 나라, 이 지역에 하등의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우리가 산을 오르면 오를 수록 온 몸에 땀이 배어들고 다리가 후들거려 오지만 마음은 뿌듯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째서, 이 고생을 하면서 산행을 하는 걸까. 무엇을 얻으려고, 이처럼 헉헉거리면서 소금기에 쓰려오는 눈을 달래 가면서 산길을 가고 있단 말인가. 정상에 올라가서 미친듯이 고함을 질러대고, 밑에서 올라오고 있는 사람들에게 돌팔매질을 하거나 꼭대기에 서 있는 위용을 뽐내기 위한 것은 더 더구나 아닌 것이다.

광대한 가을하늘을 살펴 우주의 법도를 새삼 느끼고, 평화로운 가을의 모습에 취하여 우리 스스로 자연의 한 부분이 되는 즐거움 때문이 아니겠는가. 각박한 생활에 찌들어 있는 심신의 노폐물을 떨어내 우리의 건강을 찾기 위함인 것이다.

소위 '권력'은 그것을 쥐고 있을 때에 몽땅 챙기고 거드름피우며 힘을 마구잡이로 자랑하다가, 나중에 그 자리를 내놓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하고 전전긍긍하는 등 불안에 떨게 하는 데에 그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다. 숨은 가쁘더라도 돌뿌리를 넘어서고, 땀이 흐르더라도 계곡을 건너가고, 다리가 후들거리더라도 가파른 등성이를 올라가노라면 어느덧 이 나라와 사회의 건강을 찾아주는 그 역할을 하여야 한다. 전투의 승리로 얻어내는 전리품은 절대로 아닌 것이다.

또, 소슬한 바람결에 낙엽이 떨어진다.
그러더니 일진의 회오리가 있어 우수수 떨어진다. 어떠한 바람에도 끄떡도 않다가 가을이 무르익은 어느날, 스스로 숲에 누이는 아름다운 낙엽들을 우리는 보고 싶다.





곽근홍 논설위원  kkh@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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