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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민의식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고이즈미 준이치로(59) 전 후생상이 일본의 총리로 당선되었다.
자민당의 지방 예비선거에서 일방적인 승리를 거둔 후, 그 여세를 몰아 총리까지 된 것은 일본국민이 기존 정치질서를 뒤집고 그들의 지도자를 직접 뽑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일본의 정권은 자민당 내의 파벌들이 밀실에서의 흥정에 따라 정권을 잡는 파벌정치였다. 능력과 도덕성에 문제가 있더라도 흥정만 잘하면 고관대작이 될 수 있었던 것에 대하여, 일본국민은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비록, 고이즈미 총리가 우익인사네 한국을 잘 모르는 인물이네 등 국내 언론들의 우려가 있지만, 일본의 민주정치를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게 만든 이번의 총리선거에 박수를 아니 보낼 수 없다.
우리는 눈만 뜨면 개혁, 개혁하고 외치지만 개혁이란 말로만 떠든다고 되는게 아니다. 모순과 부조리한 현실을 올바르게 잡는 결단과 행동이 뒤따라야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의 기치를 들고 분위기를 잡고는 하지만 아직도 제대로 바로잡은 분야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물론, 기득권세력의 저항이 워낙 거세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하더라도, 개혁의 추진세력이 의지가 확고하지도 않을뿐더러 무능하기 짝이 없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정부 여당과 야당, 각 신문사들, TV 방송국까지 뒤엉켜서 서로 치고 때리느라고 법석을 떠는 것을 보면 정신을 차릴수가 없다. 소위 권력과 언론을 둘러싼 전천후, 전방위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시장. 군수 등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또는 정적끼리 사사건건 시비를 하고 싸움질을 하는 것을 보면 내년의 지방자치제 선거가 걱정스럽기만 하다. 정치적 소신, 존경받을 수 있는 리더쉽 등은 눈 씻고 찾아보아도 발견할 수 없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무조건 반대하고 무조건 편만 드는 우리들, 어떻게 해야만 대한민국이 번영하고, 어떤 인물이 지자체에 필요한 사람인지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다.
평소에는 국가고나이 어떻고 공익이 어쩌네 하다가도 개인적으로 손해보는 정책이 발표라도 되는 날에는 입에 침을 튀기며 쌍소리로 욕을 해대는 유권자인 우리들에게 정녕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비합리적이고, 너무 마구잡이식 선택을 하며, 그리고 쓸데없이 너무 흥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대통령이나 시장, 군수, 지방의원들을 지혜롭게 분별하여 뽑을 수 있겠는가.
철학자 헤겔(HEGEL)은 <법철학>이라는 저술의 서문에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밤이 되면 날아오른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의 어깨에는 부엉이가 앉아 있다고 한다. 낮동안의 세상을 볼 수 없는 주맹증(晝盲症)에 걸려 있는 부엉이는 꿈적도 않고 있다가, 황혼녘이 되어서야 눈을 크게 뜨고 날아오른다는 것이다.
복잡하고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세파의 복판에서는 미네르바의 지혜인들 어찌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모든 상황이 조용히 가라 앉은 시점에서 눈을 크게 뜨고 그 세계를 냉정히 바라보게 될 때, 시비와 곡절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가 떠오르기 마련인 것이다.
나는 잘 났는데 너는 못 났다, 너 때문에 이 나라가 잘못되고 세상이 어지럽게 되었다는 등 덤테기를 씌우느라고 혈안이 된 혼란의 도가니에서 한 발을 빼고 이제는 '눈'으로 냉정하게 관찰하고 '머리'로 정확하게 판단하는 지혜를 가져야 할 때가 되었다.
나만이 대통령감이네, 나야말로 시장, 군수로서 적격이네, 나는 도의원, 시의원이 되고도 충분히 남을 사람이네 하면서 '뻔뻔스럽게' 떠들고 다니는 그들의 큰 소리에 덩달아서 흥분할 '나이'가 이미 지난 것이다.
고이즈미를 선택한 일본국민들에게 경탄할 것만이 아니라, 우리도 '미네르바의 부엉이'의 눈을 뜨고 2002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곽근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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