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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 돼지
도대체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현상이다. 내가 능력이 있어서, 내돈 내가 벌어, 내 마음대로 쓰는데 왜들 시비를 하느냐 말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기업을 하는 목적은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닌가.
기발한 아이디어로 벤처기업을 창설하여, 그 기업의 주가가 치솟았을 때 “몽땅” 처분하여 떼돈을 번 것이 왜 잘못인가.
소위 벤처기업을 만들어 수백억원을 번 젊은 사장님께서 내뱉은 말이라고 한다.
그는 고급주택에, 고급승용차, 하루에도 수백만원씩 돈을 “물”처럼 쓰며 능력이 모자란 사람들을 한심한 존재로 여기고 있다.
그의 말처럼, 합법적으로 돈을 벌었기 때문에 “흠” 잡는다는 자체가 일종의 시기심과 열등감일지 모른다. 그러나 무엇인가가 미심쩍은 마음은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 이 나라는 한국디지털라인의 정현준사장이 동방금고로부터 불법대출 받은 514억원 때문에 시끄럽기 짝이 없다.
금융감독원 고위간부에게 거액의 뇌물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정관계의 유력자에게도 로비자금을 뿌렸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는, “로비핵심”이라는 금감원의 장래찬 전국장이 알쏭달쏭한 유서를 남겨 놓고 자살하여, 세간에는 별스런 소문들이 나돌고 있다. 금융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금감원이 부정부패의 온상이었다니 배신감과 허탈감을 금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날씨는 추워지는데 지갑은 비어 있고, 힘이 있는 자들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국고를 빼먹느라고 혈안이 되어 있으니, 앞으로 다가 올 긴 겨우내를 무슨 방법으로 견뎌내야 할 것인가.
‘희망’의 벤처기업들이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져 가고, 이 나라의 대표적인 건설회사들이 기우뚜어리는 것을 보면서 우울함에 빠지게 된다. 이 가을날의 ‘감상’은 대수롭지 않게 극복이 되겠지만 ‘골병’ 들어가는 이 나라의 살림살이를 어떡하란 말인가.
위에서 언급했던 ‘어느’ 벤처기업인이나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 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은 반도덕적·몰가치적인 천민자본주의의 산물인 것이다.
국가경제를 망치고, 온 국민이 도탄에 빠지든 말든 ‘내배’만 부르면 된다는 ‘돼지들’이 도처에서 우리들의 눈물겨운 빵을 훔쳐먹고 있다.
T.S. 밀은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고 싶다고 했다. “돼지들”은 이 말의 뜻을 모를뿐더러 소크라테스를 비웃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온 국민이 소크라테스가 될 수만은 없지 않은가. 배고픔을 견뎌가면서 돼지들을 먹여 살린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분연히 깨닫고, 우리의 살길을 강구해야만 한다. 그 배부른 돼지들을 우러러보고 부러워 할 필요는 없다.
인간사회는 “더불어”사는 사회라는 것을 추호도 생각지 못하고 있는 돼지들을 퇴치하지 않고서는 우리들이 살아남을 수가 없다.
불법대출, 주가조작, 특혜비리 등을 일삼는 그들의 장난으로 너무나 많은 선량한 시민들이 억울하게 빵을 뺏기고 있는 것이다.
정녕, 이 나라를 돼지들의 소굴이 아닌 사람들이 사는 세상으로 만들어야 한다면 사법당국에서는 명명백백하게 그들의 비행을 가려내어 철저하게 퇴치해야만 한다.
그리고, 우리 또한 인간만이 가치창조적인 일생을 누릴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돼지가 되고 싶은 유혹을 용기 있게 이겨내야 한다. “소크라테스”같은 인류의 스승이 배부른 돼지들한테서 없신여김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곽근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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