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남4차산업 연구센터 이주광 이사 © 동부교차로저널

[하남] 100명의 군인들이 강을 건넌다. 군인들의 평균 키는 180 cm, 강의 평균 깊이는 150cm 이다. 보고를 받은 장군은 도강을 명령했다. 강 언저리를 지나면서 물이 갑자기 깊어졌고 병사들이 한 명, 두 명 빠져죽기 시작했다. 겁이 난 병사들은 뒤를 흘깃흘깃 쳐다봤지만 장군은 ‘돌격 앞으로’만 외쳤다. 

물에 빠져 죽는 병사가 속출하자 장군은 당황했다. 그제야 장군은 회군을 명령했다. 하지만 이미 많은 군사를 잃은 뒤였다. 알고 보니 이 강의 최대 수심은 2m였고, 군사 중 2m가 넘는 사람은 채 30명도 되지 않았다. 이것이 평균의 함정이다.

2021년 우리는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기온, 바람, 비 등의 대기 상태를 ‘날씨’라고 한다면, ‘기후’는 수십 년 동안 한 지역의 날씨를 평균화한 것이다. ‘기후변화’는 수십 년 또는 그 이상 지속되는 통계적으로 중요한 기후의 변동을 의미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5차 보고서(2014)에 따르면, 지난 133년(1880~2012년)간 지구 평균 기온은 0.85℃가 올랐으며 우리나라의 평균 기온은 지난 100년간 1.5℃상승하였는데, 이는 지구 평균의 2배이다. 현재와 같이 지구의 평균 기온상승률이 유지된다면 21세기 말 지구 평균기온은 3.7℃, 그리고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최대 6℃까지 상승할 수 있다.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애기다.

지구 대기의 99%는 질소와 산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온실가스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은 대기의 1%에 불과하다. 온실가스는 지표면을 보온하는 역할을 하여 지구 대기의 온도를 상승시키는 작용을 하는데 이것이 바로 “온실효과”이다. 

2016년 사상 처음으로 대기 중 온실가스의 농도가 평균 400ppm을 넘어섰다. 이는 산업화 이전인 1750년(278ppm 추정)에 비해 44% 늘어난 것이다. 온실가스 농도가 450ppm을 넘어서면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2℃ 정도 올라가게 되는데, 이는 해수면 상승과 각종 이상기후 현상의 발생을 초래하게 된다. 어디까지나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애기다.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의 평균 기온이 지구 평균의 2배인 1.5℃ 상승하였는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인가? 2배 상승한 지역이 있으면 그 이상 상승한 지역도 있지 않을까? 평균만 생각하고 물렁하게 대응하다가 도강 중에 물에 빠져 죽은 신장 2m 이하의 군인이 될 가능성은 없을까? 평균 이상의 엄청난 기온 상승 또는 하강을 겪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기후변화 기후위기의 문제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백신을 생산하는 국가와 일부 능력이 되는 국가만 집단 면역을 형성하면 지구적 코로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가? 인도의 위기 상황을 모른 체 하면 우리는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는가? 아니다 지구는 이미 하나의 공동체로 묶여있기 때문에 함께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특정 국가가 백신과 치료제를 독점하지 않고 함께 예방과 치료에 나서야 좀 더 빨리 코로나 발생 이전의 일상으로 되돌아 갈 수 있을 것이다. 

인도를 비롯한 저 개발 국가들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미국은 그동안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백신 공유 압박에 직면해 왔는데 최근 미국 생산 코로나19 백신의 해외 수출을 백악관에서 허용한 것은 참 잘된 일이라 할 수 있다.

녹색전환연구소 이유진 박사의 자료에 의하면 지구의 평균 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으로 제한하자고 하는 IPCC 1.5℃ 특별보고서의 권고는 온실가스를 2030년에 2010년 대비 최소 45% 감축하자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2010년에 배출한 6억5,700만톤을 2030년에는 3억 6,100만톤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주요국가의 감축 목표 상향을 감안하면 2010년 대비로 일괄 비교했을 때, IPCC의 권고를 달성하는 나라는 영국(58%), 미국(49%), EU(46%) 정도이고 IPCC의 권고를 달성하지 못하는 나라는 일본(42%), 캐나다(41%)인데 우리나라의 감축목표를 2010년을 기준으로 바꾸면 18% 감축에 불과하다. 

아무리 최소한으로 상향한다 하더라도 일본과 캐나다 수준을 맞추면서 40%대로 진입하려면 지금보다 2배 이상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매일 3천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인도와 범지구적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비해 한참 뒤 쳐져있는 대한민국이 뭐가 다른가?

2020년 우리나라의 GDP는 1조 6,740억 달러로 이탈리아, 캐나다에 이어 세계 10위 수준이다 영국은 2조 8,560억 달러로 세계 6위, 미국은 21조 9,220달러로 세계 1위, 일본은 5조 1,030억 달러로 세계 3위, 캐나다는 1조 7,630억 달러로 세계 9위이다. 우리보다 앞서있는 이들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우리보다 2배 이상이다. 

우리보다 온실가스를 훨씬 덜 배출하고, 에너지를 덜 사용하면서도 지금까지 잘 성장해왔는데 앞으로도 이런 추세를 더 가속화 하겠다는 것이다. 격차가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이들 국가와의 무역 장벽은 높아질 것이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탄소세를 부과할 것이다. 탄소세를 감당할 수 없다면 대기업을 중심으로 해외 공장이전을 가속화 할 것이고 관련 업체들 또한 선택의 기로에 빠질 것이다. 우리들의 일자리는 계속 위협받을 것이다.

이제는 평균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까지는 지구 평균의 2배의 온도상승을 경험했고 이것이 세계 10위 수준의 경제수준을 달성하게 한 원동력이었다면, 앞으로의 20년은 달라져야 한다. 최대치를 경험하지 않고, 평균 또는 평균 이하의 온도 상승을 유지하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우리세대가 뚜렷한 감축 실적을 내지 못하면 우리 다음세대는 엄청난 압박에 시달릴 것이다. 그 고통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평균이 아닌, 상상할 수 있는 최대치의 감축 실적을 만들어내야 한다. 지금까지 평균 이하의 온실가스 감축도 아닌, 순 증가를 통해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 평균을 뛰어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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