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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설한지(雪寒地) 작전(作戰) - 훈련조성국 법학박사 (전)경민대 교수ㆍ도서관장  
▲ 조성국 법학박사 (전)경민대 교수ㆍ도서관장   © 동부교차로저널

요사이 기온이 영하로 내려 갔고, 눈도 많이 내렸다. 1월 12일 서울 · 경기 · 인천 등 중부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렸다. 눈이 많이 내려 출· 퇴근 길 차량운행이 불편하고, 차량 사고도 많았다. 대설주의보는 24시간 신적설(新積雪)이 5㎝이상 예상될 때 내린다고 한다.

1966년 필자(筆者. 조성국)가 해병대 보병소대장으로 군복부시 겨울에 훈련 상황을 되돌아본다. 그 당시 소속 : 해병 제1상륙사단 제1연대 제2대대 제6중대 제2소대장 

1966년 2월 15일. BLT(Battalion Landing Team: 대대 상륙단)급 훈련이 시작 되었다. 겨울이라 설한지(雪寒地) 상륙훈련이었다. 훈련명칭은 '백곰작전(White Bear Operation)'이고, 작전지역은 강원도 주문진이었다. 

수송함을 타기 위해 부대(해병 제1상륙사단. 그 당시 경북 영일군 오천면)를 출발, 제일 선두에 제1소대(소대장 이00 해병소위, 훗날 제21대 해병대사령관)가 가고, 다음 제2소대(소대장 조성국 해병소위), 제3소대 순, 도보로 약 20km를 걸어서 경북 영일군 장기면 양포항에 도착하였다.

출발 전에 양말에 비누칠(마른 비누칠)을 해야 되는데 안 했더니 발이 모두 부르텄다. 양포초등학교 앞 개울가에서 텐트를 치고 숙영(宿營)하였다.

2월 16일. 09:00 LST(Landing Ship Tank: 군대ㆍ전차 등의 상륙함. 3,000톤) 제000함에 탑재(搭載)하였다. 배가 출발해서 약 3km 바다로 나가니까 멀미를 하기 시작했다. 

2월 17일. 파도가 심하게 치기 때문에 배 멀미가 나더니 급기야 토(吐)하고 말았다. 토하고 나니까 정신이 몽롱 하였다.
배 멀미는 병이 아니므로 배에서 내려 흙냄새를 맡으면 곧 괜찮아진다. 

2월 18일. 하루 종일 배에서 쉬기도 하고, 잠도 잤다. 내일의 상륙준비를 위해서 충분히 휴식을 취한 것이었다.

2월 19일. 02:30 기상해서 식사와 기타 준비를 하고, 대원들을 함내(艦內)에서 
LVT[Landing Vehicle Tracked: 수륙양용차(水陸兩用車)]에 탑승시켰다. 모선(母船)인 LST는 해안으로부터 약 1㎞ 해상에 정박하였다.  

BMNT[Beginning Morning Nautical Twilight; 해상박명초(海上薄明初)-해뜨기 15분전]인 05:55 LST로부터 LVT가 진수(進水)하여 여러 대의 LVT가 횡대로 주문진을 향해 일제히 진격, 07:13 주문진 해안에 상륙하였다. 파도가 치기 때문에 LVT가 파도에 따라 오르내리는 것이 마치 한옥 지붕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기분이었다.  

약 20cm 정도의 눈이 내려 있었다. 해안에 하얗게 덮인 눈 위로 LVT가 상륙해서 LVT의 뒷쪽 램프(Ramp)가 열리자 해병들이 튀어나와 공격해 가는 것을, 관망대에서 한ㆍ미군 장교 및 고위층인사(김종필 의장, 조남철 국회의원 기타 인사)와 주민들이 관망하였다. 중대에 부여된 목표 ①∼③을 점령한 후 산에서 숙영(宿營) 하였다.

2월 20일. L/D(Line of Departure; 공격개시선)통과 시간은 08:00 였다. 고지(高地)인 목표(6)를 점령하고 나서 호를 파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숙영하였다. 진눈깨비가 와서 대원들의 옷과 텐트는 모두 젖었다.

2월 21일. 방한복(防寒服)을 작업복 위에 껴입고 설화(雪靴-장화이지만 2중으로 되어 보온)를 신고 걸으니, 걷는 것이 불편했다. 계속 눈이 내려 원거리 측정이 곤란했다. 

중대가 모두 산에서 철수하여 주문진국민학교(초등학교) 옆에서 잠시 쉬었다. 눈이 내리면서 녹아 땅이 질퍽해서 대원들의 사기는 저하되었다. 땅이 질퍽거리기 때문에 텐트를 치고 숙영하는 것은 겨울에 물위에서 자는 것과 같았다. 주문진국민학교 옆에 텐트를 치고 숙영하였다.

2월 22일. 개인텐트(2인용)에서 황00 상병(전령. 육군-당번병)과 함께 잤다.

필자는 가지고 간 침낭(寢囊: Sleeping Bag) 속에서 잤다. 잠결에 땅이 흔들리는 것 같고, “으흐흐…”소리가 나서 깨어 보니 전령이 추워서 사시나무 떨 듯하고 있었다. 당장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침낭 잭(Jack)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게 했더니 아래쪽으로 다리만 들어오고 위 몸통은 침낭이 좁아 들어 올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둘이 다리만 침낭에 넣고 잭을 반쯤 올린 뒤, 얼마 후 그는 잠이 들었다. 어느 샌가 필자도 잠이 들었다.

이번에는 누가 텐트를 찍어 눌러서 잠이 깼다.  

텐트 밖으로 나와 보니 눈이 많이 내려 눈에 눌린 것이고, 약 30㎝ 가량의 눈이 텐트 위로 쌓여 있었다. 눈으로 인해서 모두 일찍 기상했다. 대원들은 추우니까 민가에 가서 나무를 얻어다 모닥불을 피웠다.

아침에 L.S.T에 탑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눈이 많이 오고 파도가 높게 치기 때문에 배가 들어오지 못해서 탑재는 다음날로 연기되었다. 온종일 눈이 내려서 불을 피우고 앉아 있었다. 저녁에 숙영을 해야 되는데 또다시 텐트 속에서는 잘 수가 없었다.

필자는 중대장님에게 보고하고, 근무자 몇 명만 남기고, 대원들을 데리고 산 속에 있는 민가를 찾아갔다. 집주인에게 사정이야기를 하고 재워달라고 했더니 처음에는 거절하였다. 재차 잠만 자고 아침에 일찍 가겠다고 하였더니 마지못해 허락을 하였다.

필자는 사랑방에서 주인 남자와 같이 자기로 하였고, 대원 몇 명은 다른 방에서 자기로 하였다. 그 집에서 다 잘 수 없어서 3명은 오솔길을 따라 더 깊은 산속의 민가를 찾아 갔다. 

주인남자와 함께 자려는데 그가 필자에게 베개를 주었다. 필자는 잠시 고민을 했다. 권총을 어떻게 할까? 만약 필자가 잠이 들었을 때 권총이 없어진다면…. 사실 이 남자를 100%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고…. 

필자는 베개를 옆으로 비켜놓고, 권총케이스를 탄띠로 둘둘 말아 베고 잤다. 머리는 편치 않았지만,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다.

아침 일찍 잠이 깼다. 주인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나왔다. 밤새 눈이 많이 내려 무릎까지 빠졌다. 이때 강설량(降雪量)은 70㎝라고 하였다. 그야말로 설한지 훈련을 기상상황에 딱 들어 맞춰 한 셈이 되었다. 오후에 L.S.T.에 승선하였다. 승선하자 또 멀미를 해서 고역이었다.

2월 24일. 08:00 양포항에 내려 부대까지 도보로 행군하였다. 며칠 동안 설화를 신다가 벗으니까 걷는 것이 아주 수월했다. 발이 부르튼 것도 거뜬하였다. 부대에 돌아오니 마음이 상쾌하였다. 

눈이 올 때면 이따금씩 설한지 훈련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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