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국 법학박사. 경민대학교 (前) 교수․도서관장. 국가유공자. 海幹 제34기- (예) 해병대위 © 동부교차로저널

2020년 2월 9일 개최된 미국의 영화상인 제92회 아카데미상(Academy Award) 시상식에서 사상 최초로 한국 영화인 ‘기생충’(봉준호 감독)이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 등 4개 부문에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였다.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짜파구리’가 특수(特需)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짜파구리’는 (주)농심의 대표 라면제품인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조리한 이색 메뉴다.

‘짜파구리’의 특수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라면 탄생 비화(祕話) 등을 살펴본다.

우리나라에 라면은 1963년 9월 15일 태어났다.

1950년 6.25 사변(事變), 전쟁의 상흔(傷痕)이 채 가시지 않아 한국 사람들 모두가 경제적으로 힘들게 살아가던 1961년 어느 날, 삼양식품(주) 전중윤(全仲潤) 사장(社長)은 서울 남대문시장을 지나다 배고픈 사람들이 한 그릇에 5원 하는 ‘꿀꿀이 죽’을 사먹기 위해 길게 줄을 선 모습을 보았다.

⦿ 꿀꿀이 죽[---粥] : ‘꿀꿀이’란 ‘돼지’라는 뜻이다. 죽을 끓여 돼지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먹었다. 6.25 事變 직후 어렵던 시절,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잔반(殘飯)]로 끓인 죽을 ‘꿀꿀이 죽’이라 하였다.

全 社長은 "저 사람들에게 싸고 배부른 음식을 먹게 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 끝에 全 사장은 일본에서 라면제조 기술을 들여올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외화(外貨)가 없고, 국교(國交)가 단절됐던 때라 라면을 제조하는 시설(施設)을 들여오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정부가 가진 달러(dollar)를 민간(民間)이 원화로 사던 시절, 한 라인(line)에 6만 dollar인 라면 제조시설(製造施設)을 수입(輸入)하기엔 全 사장도 돈이 부족 했고, 가난한 정부도 옹색(壅塞)하긴 마찬가지였다.

‘궁(窮)하면 통한다’고 全 사장은 당시 중앙정보부장이던 김종필(JP) 씨를 찾아 갔다.

“국민들 배 곯리지 말자”는 全 사장의 호소에 당시 ‘나는 새도 떨어트릴 정도의 세도’를 가진 JP는 마침 농림부가 가지고 있던 10만 달러 중 5만 달러를 全 사장이 사도록 도와주었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의 우정은 이후 오랜 세월 이어졌다고 한다.

신용장(信用狀)을 열고 全 사장이 일본으로 갔지만 일본의 반응은 냉담 했다.

일본도 어렵던 시절, 라면 製造施設을 國交도 없는 한국에 선뜻 팔려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여러 곳을 수소문하다 全 사장은 묘조(明星) 식품의 오쿠이(奧井) 사장을 만나, 한국의 식량 사정을 이야기하며 도와달라고 요청하였다.

다음 날 대답을 들으러 다시 찾은 全 사장에게 오쿠이 사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당신 이야기를 듣고 많이 생각했다. 나는 한국에 가본 일이 없고, 아직 國交 정상화도 안 됐지만 한국전쟁이 일본 경제를 재건(再建)해준 셈이다. 당신들은 불행했지만 우리는 한국전쟁 덕분에 살아가고 있다. 내가 민간 베이스로 기술을 무상(無償)으로 제공하고, 시설도 싼 가격으로 제공하겠다.”

오쿠이 사장은 한 line에 6만 dollar 라던, 라면 製造施設을 두 line에 2만 5천 dollar로 즉석에서 발주(發注)를 해 주었다고 한다.

면(麵)과 수프(soup)의 배합(配合)에 관한 일화(逸話)도 있다.

全 사장은 일본 현지에서 라면제작의 전공정(全工程)을 배우지만, 일본인 기술자들은 끝내 麵과 soup의 배합비율(配合比率)은 가르쳐주지 않았다.

全 사장이 끝내 비율을 못 배우고 서울로 돌아오는 날, 오쿠이 사장은 비서실장을 시켜 공항에서 봉투 하나를 全 사장에게 전해 주었다. 비행기에서 뜯어보라는 그 봉투 안에는 기술자들이 펄펄 뛰며 비밀로 했던 麵과 수프의 配合比率이 적혀 있었다.

가난하고 굶주렸던 국민들의 배를 채워줬던 라면은 이렇게 눈물겨운 사연을 안고, 1963년 9월 15일 삼양 ‘치킨라면’ 이란 이름으로 태어났다.

당시 가격이 10원, 식당에서 김치찌개나 된장찌개가 30원이고, 커피 한 잔이 35원이던 시절이니 저렴한 가격이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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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 라면 사장이 된 해병대 장교

필자(筆者, 趙成國, 해병학교 기초반 제14기)는 1966년 경기도 김포 해병부대(제1연대 제2대대 6중대)에서 서정호(徐正昊) 해병소위(해군 ROTC, 해병학교 기초반 제15기)와 함께 소총소대장(보병)을 하였다.

그 후 필자는 포항으로 전속(轉屬), 근무하다가 주 월남(駐越南) 해병대 청룡부대(靑龍部隊)로 전속명령을 받고, 1967년 1월 부산항을 떠났다.

靑龍部隊 제3대대 제9중대 짜빈동[Tra Binh Dong, 茶平東(차평동)] 진지(陣地)에서 소총소대장, 작전장교(作戰將校) 및 부중대장으로 6개월 간 전투(戰鬪)한 다음, 제9중대에서 제3대대 본부로 전속 되어 인사부관(S-1)과 본부중대 부중대장을 하였다.

1967년 하반기 靑龍部隊가 월남의 ‘추라이[珠萊(주래)]’에서 '다낭'[Da Nang 峴港(현항)]港

인근인 ‘호이안[會案(회안)]’으로 부대이동 할 때 徐正昊 소위를 만났는데 그는 청룡부대 특공중대(特功中隊)에 근무하고 있었다.

그 후에는 만나지 못했다.

필자가 전역(轉役) 후에 언론보도를 보니, 徐正昊 전우(戰友)는 전역한 뒤, 1971년 삼양식품에 입사해 관리본부장 겸 부사장을 거치는 등 승승장구, 드디어 대표이사 사장이 되었다.

군대식으로 표현하면, 바로 ‘삼양 라면’의 대장이 되었다.

해병대 장교가 ‘삼양라면’의 대장! …

알고 보니 徐正昊 戰友는 삼양식품 창업주 全仲潤 회장의 맏 사위였다.

필승 해병(必勝 海兵)!

엊그제 일 같은데 벌써 반세기(半世紀)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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