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중고등학교 학부모
"공적인 시간에 외출하며 탄원서 돌려"

A중고등학교 관계자
"탄원서 돌린적 없다. 정확한 내용도 알지 못해"

[여주] 학교 수업이 한 창 벌어지고 있는 오후 3시. 사학비리에 연루된 A고등학교의 학부모 모 씨의 집 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A고등학교 교사 B씨였다. 그는 한 장의 종이를 내밀며 이같이 말했다. '김XX 전 이사장님이 연세도 많고 지병도 있습니다. 선처 부탁드립니다.' 다름 아닌 탄원서였다. B교사는 서명을 해 달라 요구했지만 이 학부모는 거절했다. 사학비리를 저지른 사람을 용서해주기 싫어서다. B교사는 이 학부모뿐만 아니라 다른 학부모들을 만나며, 탄원서에 서명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A중·고등학교 재단 전 이사장인 김 씨가 교사임용부정(사문서 위조)건으로 징역 1년을 선고 받은 것. 김 씨는 항소했고, 오는 5월 4일 항소심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이에 A고등학교가 자신들의 재단 이사장 김 씨를 구명하기 위해 학부모 및 지역인들에게 ‘탄원서 서명’을 받고 있던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이 여주 전역에 알려지자 A중·고등학교 학부모들은 “A학교 교사들의 행태를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A중·고등학교의 또다른 학부모는 “A고등학교는 그동안 (사학비리와 관련해)사과 한마디 없었다. 그런데 지금 뻔뻔하게 이사장을 선처해달라는 탄원서를 돌리고 있다”며 “A중고등학교의 반성 없는 행태에 매우 실망했고, 탄원서 돌리는 일을 당장 멈춰야한다”고 비난했다.

A고등학교에 딸이 다니고 있다는 학부모도 “학생을 올바르게 지도해야하는 학교가 오히려 범죄자를 도와주고 있다. 아이들이 이번 사건을 알게 될 까봐 걱정”이라고 한탄했다.

아울러, A고등학교 교장과 B교사 공적인 시간에 외출을 신청하고, 학부모와 인근 학교장들을 만나며 탄원서를 돌리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번 사건의 문제를 제기한 학부모 모 씨는 “사학비리 문제로 학교가 뒤숭숭한데 교사들이 정상화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탄원서만 돌리고 있다. 더욱 문제되는 것은 학생들에게 집중을 못할망정 일과시간에 (교사, 교장)외부로 나와 탄원서 서명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행태가 지속된다면 절대 참지 않을 것이다. 탄원서에 중점을 두지 말고 학생들 교육에 중점을 두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A중고등학교 관계자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탄원서와 관련해서 알지 못하며 탄원서를 돌린 적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취재결과 여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누군가가 교육청에서 탄원서를 돌리는 것을 본 적 있다”고 밝혔으며, 모 중학교 교장도 “A고등학교 교장이 탄원서를 갖고 서명을 받으러 C중학교에 왔었다는 소식을 C중학교 교장에게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교직에 종사한지 20년이 넘었다는 D씨는 “A고등학교가 사학재단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교장과 교사들의(이사장 선처를 부탁하는 탄원서를 돌리고 일) 입장을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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