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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택시기사 사납금 채우기 '허덕'경기침체·승객감소·대리운전 난립 ‘삼중고

11일 오후 이른바 '영업용 택시'로 불리는 법인택시에 승차한 뒤 한 10분 정도 흘렀을까?

   
▲ ⓒ 교차로저널
연신 한숨을 내쉬고 있는 택시기사에게 그 이유를 조심스레 물었다.

올해 택시운전 경력 12년 차인 한 모(48)씨는 "교대로 일하고 5시간 째 일하고 있지만 현재 손님으로 부터 받은 돈은 총 3만 5000원이 전부"며 "오늘은 8만 8000원인 사납금을 내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들, 딸이 모두 대학생에 다니는데 요즘 아빠 벌이가 시원찮은 걸 알았는지 아들놈은 군대를 간다고 그랬다"라며 "오늘도 사납금을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 생각하니 눈물이 나오는 걸 간신히 참았다"며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하남지역에서 법인택시 운전대를 잡은 지 1년밖에 안 된 신참 이모(53)씨도 "하루 12시간씩 일해도 한 달에 고작 100~120만원 밖에 못 벌기 때문에 기사들이 얼마 못 버티고 이직하기 일쑤"라며 "요즘 같아서는 차라리 아파트 경비원이나 노동일을 하는 게 벌이가 나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법인택시 운전기사들이 택시 공급과잉 현상과 사납금 제도, 운송수입금 감소로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최근 대리운전업체의 난립으로 치열한 요금 인하경쟁이 계속되면서 상당수 고객을 흡수, 택시업계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12일 하남지역 법인택시 운전자들에 따르면 최근 승객이 줄어들기 시작해 운전기사들이 회사에 납입하는 기본사납금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해지면서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려워진 경기를 원망하고 있다는 것.

법인 택시는 하루수입 전부를 자신이 가져가는 개인택시 기사와는 달리 법인택시 기사들은 하루수입에서 주간의 경우 8만 8000원 야간은 9만 8000원을 사납금 명목으로 떼어줘야 한다.

때문에 경제 불황으로 택시 이용객이 줄어드는 마당에 사납금 부담까지 겹쳐 법인택시 기사들의 생활고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택시기사 최모(40·하남시 덕풍동)씨는 "법인택시 기사들의 생활고를 해결하는 방법은 택시총량제를 도입해서 현행 택시의 50%를 줄여야 한다"며 "또 전액관리제를 전면 시행, 고정수입원을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 교차로저널
하남 471명에 1대꼴로 공급과잉… 불황겹쳐 생활고 
하루 12시간 노동, 택시 기사 시름 깊어

하남지역 법인택시는 모두 82대이며 개인택시 237대를 합칠 경우 하남에서 운행 중인 택시는 모두 319대에 달한다. 하남시민 471명 당 택시 1대꼴이다.

하지만 덕풍시장 주변과 신장사거리 등 시내 주요승강장에는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는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가 승강장을 벗어나 도로에까지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이들은 경기불황과 택시요금 인상 등의 여파로 승객이 감소하면서 시내 주요거리를 운행하며 손님을 찾아다니는 것마저 포기하고 아예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진을 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곳 앞에서 만난 회사택시 기사 이모씨(56·하남시 천현동)는 "시내에서 손님을 태우기란 거의 불가능한 실정" 이라며 "시내를 다니면서 손님을 태우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가스비만 낭비하게 돼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시내를 돌아다녀도 승객을 태우기가 어려워 가스비용만 낭비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고 운전사들은 입을 모았다.

택시 운전사 김모씨(35)는 “지난해 1일 사납금을 입금시키고 5만~6만 원 정도를 일당으로 가져갔으나 최근에는 대리운전업체의 난립으로 이용요금이 1만5000원에서 7000원으로 떨어져 늦은 시간 술 마시고 귀가하는 로열 시간대의 손님마저 빼앗겨 운전대를 놓고 떠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운전기사들은 "LP가스 연료비는 계속해 인 상된데다 음식류 등 각종 업무 경비가 증가했지만 승객은 그만큼 늘지 않아 월급에서 사납금을 채워 넣고 있는 데도 최근 다시 늘어나는 콜밴 역시 택시 승객을 잠식하고 야간 대리운전업체가 우후죽순으로 늘면서 심야영업조차 손님이 급감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손님을 태우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난폭과 신호위반 등 과속운전이 늘고 합승 등 불법운행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게 운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택시기사 조모씨(46·하남시 덕풍동)는 "신장사거리의 경우 예전에 1O~l5대 차량이 서있었지만 지금은 들어설 자리조차 없다”며 "하루 20시간 이상 일하고도 100여만원 수입이 고작이다"고 말했다.

최모씨(35·하남시 신장동) 택시회사 관계자는 "지금이 IMF보다도 회사를 꾸려나가기가 더 어렵다"며 "하루 10시간 이상을 근무해도 사납금을 채우지 못해 월급 60만원을 받지 못하는 기사들이 상당수가 있으며, 기사들 3분의 1이 퇴사를 했거나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은 사정은 개인택시들도 마찬가지다. 덕풍시장 인근에서 순번을 기다리던 개인택시 운전사 오모(55)씨는 "택시요금이 인상되고 나서 손님이 줄어 차량을 주차해 놓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며 "요금 인상 후 이용객이 30%가량 감소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평균 30~40분 기다려 손님을 태운다" 며 "오후에는 1시간가량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고 언급했다.

 

이재연 기자  dish@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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