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성근 전 국회의원

작년 봄부터 발매된 하버드대 마이클 센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번역 저서가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100만부를 넘어 요즘도 판매가 잘 되고 있다고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미국인 저자의 영어로 쓰여진 이 책이 정작 미국과 영국 합하여 10만부 이내로 판매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 왜 이런 현상이 우리 대한민국에서 특별히 나타났을까? 필자의 견해로는 우리 독자들의 정의로 향한 갈증이 미국 독자들이나 영국 독자들보다 훨씬 더 강렬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2,500년 전 소크라테스 이래 서구철학에서 꾸준히 질문 되어온 주제 중 하나인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영,미권에서 광범위하게 공인된 최현대의 정의론은 자유주의에 근본 바탕을 둔 존 롤스의 이론이었다.

90년대 초 필자의 하버드 대학원 철학과 유학시절, 존 롤스 교수는 정년을 맞이하는 마지막 강의를 하고 있었다.

이 분야에 대한 관심과 그의 명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필자는 그의 마지막 강의를 한 학기 수강 한 적이 있다. 

존 롤스의 ‘정의론’에 의하면 사회정책들 중 어떤 정책이 가장 못사는 계층에 유리하게 사회변동이 이루어지고, 그러나 그로 인해 사회전체의 수준이 하향되더라도 가장 못사는 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면 그 정책은 시행되어야 정의로운 사회라는 것이다.

반면,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적인 공동선 사상 맥락 속에서 공동체의 가치를 보다 강조한 샌델 교수의 자유주의적 공동체주의의 기본 메시지는 단순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우리 국민들을 열광시키고 있는 것은 현재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틀 속에선 ‘조금씩 나아질지는 몰라도 진정한 의미의 정의란 지금 이곳에 있지 않다’는 국민들의 인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든든한 배경이 없으면 기가죽고 괄시 받고 억울한 일을 당하고야 마는 패거리 문화, 검찰에 출두하는 일이 발생한 경우 당사자의 유,무죄 걱정 여부 이전에 그 곳에 가서 살아온 생애 전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의 정신적 학대 등은 없을까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국민들의 혈세로 지출되는 공기업의 장이나 감사 자리를 마치 전리품처럼 분배하는 역대 정권들, 그래서 허리띠 졸라서 세금을 많이 내도 보람을 크게 느낄 수 없는 납세자들이 엄청 많은 나라가 한국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의 대전제인 법 앞의 평등 대신에 무전유죄, 유권무죄라는 인식이 퍼져있고, 국가와 대기업은 더욱 커 가는데도 불구하고 개인의 행복성취는 부응하여 따라가지 못하는 국가. 작년 말 G20서울회의와 평창올림픽 유치 등으로 선진국에로의 진입이 코  앞에 다가온 것 같지만 밥만 잘 먹고 옷만 잘 입을 수 있다고 선진국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생존환경과 가치추구의 우선순위는 선진성이기 보다는 오히려 후진성 쪽이 아닌가라고 느껴진다.

 어떻게 해야 격조 있는 선진국, 정의로운 사회가 실현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어떤 자질을 갖춘 사람이 나라를 다스려 리드해 나아가야 하는가의 질문과 표리의 관계이다.

정치가 특히 대한민국처럼 많은 불완전성에도 불구하고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일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의 리더는 온전한 법치주의 구현 의지와 부패척결의지의 굳건한 철학과 실행력으로 강력 무장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 정의를 진정으로 갈구하는 수많은 국민들에게 대선과 총선이 치러지는 내년은 특히 중요한 선택의 한 해임에 틀림없다.

유성근 전 국회의원  skyou2000@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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