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면자건(唾面自乾)은 중국의 『十八史略』에 나오는 말로, 타인이 내 얼굴에 침을 뱉을 때 이 침을 즉시 닦지 말고 그 침이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뜻으로 아래와 같은 고사(故事)가 있다. 

▲ 김태진 박사

그는 성품이 온유해서 아무리 무례한 일을 당해도 그 자세에 흔들림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아우가 대주자사(代州刺史)로 임명되어 부임하려는 어느 날, 그는 동생을 불러 "우리 형제가 함께 출세하고, 황제의 총애를 받는 것은 좋은데, 그만큼 남의 시샘도 크다고 봐야 한다. 그러한 시샘에 대비해서 우리는 처신을 잘해야 한다."라 하였다.

이에 그 아우가 "비록 남이 내 얼굴에 침을 뱉더라도 결코 화내지 않고 잠자코 닦아 내겠습니다. 그리고 만사에 이런 식으로 처세하여 결코 형님에게 누를 끼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라 하였다. 

  아우의 대답을 들은 누사덕은  "내가 염려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너에게 침을 뱉는다면 그것은 너에게 대단히 화가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네가 바로 그 침을 닦아버리면 상대를 더 화나게 하여 그는 틀림없이 더욱 크게 화를 낼 것이다. 침은 그냥 두면 마르게 되는 것이니, 그런 때는 웃으며 침을 얼굴에 묻혀두는 게 최고이다."

 이러한 고사가 있는 타면자건(唾面自乾)은 우리의 처세에 있어, 인내심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알려 주고 있다.

요즈음 매스컴을 보면 부부싸움 끝에 자살, 살해했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세상이 변해서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서로의 주장이 격렬하게 부딪히면서 벌어지는 참극이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아는 증권 애널리스트가 있는데,  요즈음 우리 증권가가 약세라서 월수입이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한다. 몇 개월간 지속된 증권가의 불황에 이 친구의 아내가 폭발한 듯하다.

어느 날 이 친구 부부가 가계의 수입과 지출을 맞추어 보다가 적은 그의 수입에 화가 난 아내가 이 친구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고 한다. 

분노를 삭이지 못하는 이 친구에게 내가 해준 말은 타면자건(唾面自乾)이었다.

그러면서 그 친구의 아내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았다. 그 친구의 아내는 버젓한 직장에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마 남편 수입이 줄어들어 경제적 살림이 어려워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듯싶다.

 그러나 부부는 어려운 때일수록 어깨를 다독거리고 가정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같이 부부싸움 끝에 남편의 아내 살해, 아내의 남편 폭행 등이 난무하고 더 나아가 아내가 남편 얼굴에 침을 뱉는 사태가 비일비재하다면, 우리의 현실은 암담한 것이며 또 그 타개책으로 개인?사회적 측면에서 남녀평등보다는 남녀존중, 더 나아가 인간의 존엄성회복이 선행적으로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래도 인간존중의 사회가 되려면, 타면자건의 자세가 중요해 보인다. 개인적 ? 사회적 스트레스가 넘쳐나는 시대에 인간마저 상호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적 상황이라면 이 사회나 가정은 격노의 불꽃이 타올라 일렁이는 카오스의 지옥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이 자아와 개성 및 주체를 잃어버린 개인과 이 사회에, 자신들의 이권과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시대적 패러다임 및 구조를 얼기설기 만들어 놓은 소수자들의 계략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마치 영·호남의 지역갈등 뒤에는 김대중과 박정희의 정치적 전략이 숨어 있듯이 말이다.

그러기에 “네가 내 얼굴에 침을 뱉어?”하며 격노하면서도 침 뱉은 자의 뒤에 그림자처럼 숨어 있는, 이 사회 소수자들의 계략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내 얼굴의 침이 마를 때까지 기다리며 다른 대처전략을 생각해 보는 지혜를 갖는 것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잡초 같은 생명력이 아닐까!  

김태진 박사  kimtz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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