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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꽃

최재복 
계간 참여문학 등단 / 21한국시인회회원 / 참여문학회회원 / 너른고을문학회 회장

 
날은 밝아 오는데 흉흉하다.
세월의 흔적 만큼이나 굽은 허리를
후들대는 앙상한 다리로 지탱하고 있는 노인.
고단한 작은 손수레에 얹은
다랑논 같이 골진 두 손이 받쳐주고 있다.

흘러내리는 헐거운 시간 옆에서
듬성듬성 허리 꺽인 억새가 웅성거린다
 
얼마를 걸었을까.
아주 하얀 들판이 보인다.
온 세상이 다 들어가고도 남을 꽃밭이었다.
겨우내 피고 지고 했을 저 꽃들 푹푹 빠진다.
흰 꽃 속으로 영혼이 빠진다
 
찰칵, 슬라이드가 켜졌다.
바람처럼 스치는 찰나에
아버지 미소가 보인다.
작은아버지 미소가 보인다.
 
드르륵, 부음 전하는 문자 한 통 몸서리 친다.

최재복 시인  kocus@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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