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히터를 왜 길 쪽으로 틀어놓으셨어요?”

▲ ⓒ 교차로저널

살을 에는 듯 한 비바람이 더욱 매섭던 지난 31일 오전 11시.

본보 취재진이 설날을 3일 앞두고 찾은 하남시 신장동 '신장전통시장''은 쌀쌀한 날씨에다 행인들도 뜸해 을씨년스런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평소 같으면 설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주부들이 이곳을 찾아 붐빌 시간이었지만 경기침체에다 지난해 초 부터 불어 닥친 한파가 지속되면서 영하의 온도는 이날 시장을 한산하다 못해 고요하게 만들었다.

수은주가 영하 10℃를 가리키던 이날 한켠에서 10년간 채소가게를 운영했다는 조모(60·남)씨는 소형 히터 2개를 모두 채소 쪽으로 돌려놓은 채 담요 한 장으로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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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씨는 지난주 화요일 새벽에 가락동 시장에서 사온 채소가 혹한으로 얼어버려 간간히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조차 아무것도 팔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아무리 싸게 팔아도 손님들이 조금이라도 언 것들은 쳐다보지도 않아. 지난주 목요일은 어찌나 춥던지 상추, 깻잎, 배추가 꽁꽁 얼어서 팔지도 못하고 싹 내다

버렸지"라며 "나도 춥지만 이것들(채소)이 얼면 팔지를 못하니 추워도 어쩔 수 없이 히터를 양보해야 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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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중소기업 중앙회가 실시한 설문 자료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78.5%는 ‘소비위축에 따른 판매부진’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었고, 28.2%는 ‘휴업 및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소상공인의 73.3%는 직원으로 종사하는 가족들의 인건비도 못 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계속된 한파로 지역 전통시장의 매출이 크게 줄어들어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하남지역의 대표적 상권인 신장전통시장은 주변에 대형 유통매장 두 곳이 생기면서 시장 상인들의 명절대목이란 말은 이미 오래 전 이야기에 불과하다.

신장시장에서 18년째 방앗간을 운영하고 있는 하모(65·남)씨는 예전 같으면 명절 때 하루 20∼30명이 떡을 맞추기 위해 몰려들어 정신이 없었는데 지금은 하루 1∼2명에 불과할 정도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하 씨는 "어떻게 된 게 IMF 때보다 더 힘들다"며 "맞춤 떡만 주문이 끊긴 게 아니라 포장 떡도 가격만 물어보고는 그냥 뒤돌아간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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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과 추석 등 '명절 특수'가 전통시장의 1년 장사에 큰 영향을 끼치다 보니 상인들은 다음 주로 다가온 대목에는 날씨가 풀리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을 뿐이었다.

손님이 얼마나 줄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하모(61·남) 텅 빈 시장 통을 가리키며 "지금도 봐요. 너무 추우니까 사람이 없잖아"라며 "지난주에는 더했지. 너무 추워 손님이 없다보니 오징어 한 묶음, 동태 대여섯 마리 판 것이 다였으니까”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10년째 시장입구에서 가판을 펼치고 채소를 파는 아모(68·여)씨는 "몆일전에는 정치인들이 이곳을 방문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약속을 했다"며 "하지만 이를 믿는 상인들은 거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장을 찾은 김모(46·여) 씨는 "명절 때 무슨 음식을 해 먹을까 구경 나왔는데 너무 한산하다"며 "예전 같으면 대목에 사람들이 북적북적했다"고 말했다.

어묵류를 판매하는 상인 이모(52·여) 씨는 “전체적인 가격이 올랐지만 그래도 대형 마트보다는 재래시장이 20% 정도 저렴한 만큼 많은 고객들이 시장에서 제수용품을 구입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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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꽁꽁… 손님발길은 뚝 '상인들 한숨'
"물가 상승 … 파는 사람만 있어요"   

신장시장과 더불어 하남시의 최대  시장인 오후 들어 찾은 덕풍 전통시장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31일 오우1시 덕풍 전통시장의 분위기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썰렁한 채 손님은 없고 상인들만 눈에 띄었다.

덕풍시장은 지난 지난해 하반기 본보 기자가 르포를 취재하기 위해 찾았을 때 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

손님이 없어 한산한 이 시장에는 상품만 잔뜩 쌓아둔 채 빈 거리를 바라보는 상인들의 어두운 표정으로 가득했다.

기름 값과 인건비 상승이 이어지면서 채소와 수산물 값이 50~60%까지 올라서인지 상인이나 고객이나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특히 제수용 수산물들이 높은 환율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 상인들의 매출은 지난해 보다 떨어지고 원가도 상승해 순이익이 줄어들었다고 불만을 토로 하고 있었다.

명절이 코앞인 데도 곳곳에 셔터를 내린 점포들도 눈에 띄었다.

"25년 동안 이곳에서 장사를 했지만 올 설날이 경기가 가장 안 좋네요. 기자양반도 느끼고 있겠지만 물건을 파는 사람만 있지, 사는 사람이 있나 한번 보세요."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을 3일 앞두고 덕풍전통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어두웠다.

 3~4년 전 같으면 손님들로 북적거렸어야하는 이 전통시장 골목은 사람의 발길이 끊겨 쌀쌀한 날씨만큼이나 썰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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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한파가 2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소식에 상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대목’ 매출이 줄어들까봐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곳에서 생선을 파는 김 모(50·여) 씨는 혹시라도 찾아올 손님을 위해 꽁꽁 언 손으로 생선을 손질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거래되고 있는 동태의 경우 1상자(28~30마리) 소매가격이 지난해 5만 5000원 정도인데 반해 올해는 11만 원으로 100%가 인상됐다.

또 생태 1상자(18~20마리)는 20만 원으로 지난해 7만 원보다 13만원이 올랐다.

서민들이 많이 찾고 있는 고등어 1손(2마리)은 지난해 3000원 하던 것이 8000~9000원까지 가격이 올라 그만큼 고객들에게 공급되는 가격도 비싸져 부담스러운 존재가 됐다.

명태와 대구 등의 가격상승으로 차례 상에 오르는 명태 살과 대구살, 명태포 등도 지난해보다 최고 30%까지 가격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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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째 덕풍시장에서 장사를 했다는 한 상인은 "명절 특수는 고사하고 물건 구경하는 손님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전통시장의 한 상인은 "시장의 경우 마트와는 달리 대부분 적은 점포나 노상에 앉아 물건을 팔다보니 날씨의 변화에 따라 시세가 달라져 하늘이 원망스럽다"며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때문에 골치 아프고 장사가 안 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dish@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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