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5시30분 하남시 덕풍3동 모 "무료취업 알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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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새벽 어둠 속으로 하루 일거리를 찾아 나서기 위해 이곳을 찾는 건설일용노동자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최근 몇일 동안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면서 뼛속까지 파고드는 새벽 찬기운 탓에 이들의 어깨가 잔뜩 움츠려져 있다.

6시가 넘어서자 이곳 주변 골목에는 어림잡아 20대 부터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50~60여명의 건설일용노동자들이 모여들어 자판기에서 200원짜리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동료들끼리 담소를 나누고 있다.
 
매일처럼 이곳에 들른다는 조 모(51·하남시 신장동) 씨는 "지난 2007년 부터 건설현장의 일이 없어 최근에는 하루하루 버티는 것조차 힘들다"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25년 동안 건설현장에서 일감을 얻어 생활하고 있는 조 씨에게 최근의 건설경기 침체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 때문이다.

네 식구를 먹여 살리고 있다는 조 씨는 "운이 좋아 하루 종일 일을 할 경우 일당 7만 원을 받고 있다"며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남지역의 인력소개소를 찾고 있지만 요즈음은 한 달에 평균 20일 정도 밖에 일감이 없다.

아무리 일을 하려 해도 가족들 건사조차 힘든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남들처럼 배우지 못한 것에 회의가 든다"며 연신 담배를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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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계속되는 한파, 그리고 방학과 함께 대학 아르바이트생들이 대거 인력시장에 가세하면서 건설일용근로자의 일자리가 절반으로 감소하는 바람에 일부 노동자들의 경우 생활고를 겪고 있다.

이 같은 원인은 경기불황에다 갑작스러운 한파 등 이상기온이 지속되면서 일감이 감소한 데다 일부 건설업체의 경우 현장 잡부인력조차 직영인부로 대처하는 사례마저 늘고 있기 때문.

경기침체 속에 소규모 건축업과 제조업이 대거 도산하거나 휴업하면서 수요가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다.

한 때 활황을 보이기도 했던 하남지역의 시티은행을 비롯, GS마트 주변 등 인력시장은 이제 명맥을 잃어가고 있는 반면, 그 빈 자리를 용역업체들이 채우고 있다.

게다가 일부 구인업체는 인건비가 적은 아르바이트생을 일용잡부로 채용하는 바람에 기존의 건설일용근로자들이 그나마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으며 단순 근로자의 경우 기능을 보유한 건설일용근로자에 비해 인건비가 30%정도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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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그늘 짙어지는 공사현장
소규모 건축업 등 공사현장 '올스톱'

소규모 건설업체들의 부도 도미노와 불황의 늪은 서민들에게 어두운 그림자로 다가오고 있었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에 허덕이는 등 국내 경제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하루 품팔이로 살아가는 서민들이 찾고 있는 '건설현장'이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부인과 함께 화장품 대리점을 운영하다 부도를 맞고 지난해 부터 일거리를 찿아 인력소개소를 찿고 있는 한 모(45·하남시 덕풍동)씨는 지난 9월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다리를 다리를 다쳐 아직도 완쾌되지 않았지만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이날도 어김없이 새벽 5시 20분경에 인력소개소로 출근했다.

식사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한 씨는 "새벽 4시 30분 정도에 일어나지만 밥그릇 소리가 나면 식구들이 깰까봐 아침밥은 포기했다. 힘들어도 매일같이 일감만 있어도 행복하겠다"며 씁쓸한 웃음만 지어 보였다.

한씨는 공사현장에서 '하루 품삯'이라도 받기 위해 새벽잠을 포기하고  걸어온 사람이다.

"요즘, 일감이 없어서 죽을 맛이야. 노조들은 파업한다고 난리라서 공사현장이 '올 스톱'한다는 이애기도 있지, 경기는 바닥까지 갔지, 이러다 처자식 다 굶기게 생겼어."

새벽바람을 맞은 탓일까. 그의 얼굴에서는 사업실패 및 구조조정 여파인 탓인지 굳어져 있었고 어딘가 모르게 걱정이 드리워져 있을 정도로 긴장감이 팽배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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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치는 날' 허다… 그래도 찾는다
"먹고살아야 하는데" 겨울나기 막막

경기침체의 여파는 저소득층의 생존마저 위협하고 있었다.

이들의 고통은 하나 둘이 아니다. 정치는 관심도 없고 특히 노ㆍ사ㆍ정 문제는 더욱 관심조차 없다. 이들에게는 오직 먹고사는 것만이 관심사고 그저 일하는 것이 즐거운 사람들이다.

최근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저렴한 인건비까지 이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임 씨는 매달 37만 원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으로 생활하고 있는 있지만 관리비 15만 원에 전기·전화요금 등을 제하면 한 달 생활비는 고작 17만 원.

손녀들을 학교에 보내면서도 옷은커녕 준비물 살 돈조차 줄 수 없는 형편에 임 씨는 올 겨울이 막막하기만 하다.

서둘러 장소를 옮겨 신장동 동부주유소 주변에 있는 인력소개소를 찾았다.

6시 10여분쯤 지나자 배낭을 둘러맨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그러나 30분이 지나도록 그들을 태워갈 만한 차량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곳에서 인력소개소의 '마당발'로 불리는 김 모(47·하남시 천현동)씨를 만났다.

그는 7년 전까지만 해도 탄탄한 소규모 건설회사 사장 출신이지만 철근, 잡부 등 일거리를 가리지 않는다.

그나마 인력시장에서 젊은 축에 끼는 김씨지만 워낙 일거리가 없어 한 달 평균 열흘 정도밖에 일을 하지 못한다.

김씨의 한달 평균 수익은 100만∼120만원 정도.

김씨는 "몇 년 전 만해도 인력사무소에 하루 100∼200명 정도가 북적였다"며 "요즘은 경기가 바닥인데다 최근에는 맹 추위까지 찾아와 요즈음은'공치는 날'이 다반사'라고 말했다.

고 모(60·하남시 덕풍동) 씨의 경우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제2의 인생을 모색했지만 얼마 안가 친한 친구로부터 사기를 당하면서 장밋빛 꿈은 사라졌다.

고 씨는 "최근 건설경기가 급랭하면서 일감도 없고, 나이도 많지만 젊은이들한테 뒤지지 않아 다른 사람들보다 일거리가 많은편"이라고 말했다.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일당지기로 고씨에게 를 한번 고용한 대부분의 고용주는 거의 한 달 이상 장씨를 데리고 일을 한다"며 "고씨가 그만큼 성실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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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노동도 '자격심사'
사고 우려…체격왜소·나이많은 사람 기피

6시30분께 덕풍동 모 인력소개소 사무실 난로 옆에 모여있던 일꾼들이 하나둘 씩 인력시장 골목으로 나가 자신들을 데려갈 구인자를 기다리며 서성인다.

이 무렵 허름한 점퍼 차림의 한 아저씨가 안절부절 못한 채 유난히 인력시장 골목을 서성이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때 인력사무소 직원이 "천현동에 있는 모 회사에서 설비 부품을 나를 인부 3명을 구하며 일당은 6만원"이라며 일할 사람을 급히 찿았다.

가물에 콩 나듯 생기는 6만원짜리 일당의 주인공은 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 나온 모 대학교 2학년생 홍 모(22)씨와 제대한 지 3개월 남짓 됐다는 이 모(25)씨 등이 발탁됐다.

호출받지 못하고 인력사무소에 남아있는 다른 일꾼들은 6만원짜리 일당을 거머쥐고 어디론가 향하는 이들의 발걸음을 부러운 듯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다.

이곳을 비롯, 하남지역 용역업체에는 이른 새벽부터 발만 동동 구르다 일자리를 얻지 못해 그냥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중에는 혈압이나 디스크, 관절염 등 노동일을 하는 데 지장이 될만한 지병을 갖고 있는 사람은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

남들보다 체격이 작거나 연약해 보이는 사람도 ‘선택’을 받기 힘들다. 연령도 20대는 혈기만 왕성하지 요령이 없다는 이유로, 50대 이상은 나이가 너무 많아 힘든 일을 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업체들은 가장 혈기가 왕성한 30~40대를 선호한다.

"이러다 막노동시장에도 ‘입사시험’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한 노동자의 푸념섞인 말에서 실업자들이 체감하는 취업난은 '통계상 수치'와 상당한 격차가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일주일에 나흘 이상은 일 나갔어. 그런데 지금은 이틀 일하기도 버거워, 거기에다 품삯도 떨어졌어, 큰 기대 안 하고 매일 나오기는 하지만 답답 한 마음 금할 길이 없어"하며 혀를 끌끌 찼다.
 

이재연 기자  dish@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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