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을 위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보금자리주택. 하지만 한편에서는 수 십년간 살아온 보금자리를 떠나야하는 사람들이 있다. 1차 미사에 이어 또 다시 3차 보금자리로 지정된 감일지구는 이 지역민들의 삶의 터전을 내줄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

논과 밭 집과 상가, 산업현장에서 시민들은 속수무책으로 정부정책에 동의를 할 수 밖에 없었지만 마땅한 피해보상을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사회적 무관심에 마음의 상처도 크다. 무엇보다 언제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두렵다. 본보 취재진은 22일 오후 감일 지구에서 사업장을 하고 있는 이들을 직접 찾아 그들의 고충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막막한 한숨…"앞으로 어떻게 하나"
보금자리 잃는 감일지구 사업자

3차 보금자리 지구인 하남시 감일동 알루미늄 제작업체인 A업체 앞.  지게차가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원래 오전 일찍 납품용 제품을 싣고 갔어야 할 트럭이 서울 잠실입구에서 부터 막혀 늦게 오는 바람에 뒤늦게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던 것.

모 음식점  입구에 서 있는 '감일지구 사업자 대책위' 사무실 주위에는 현실 보상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쌀쌀한 날씨 속에 축사를 개조한 창고가 즐비해 있는 주변에는 허물어진 주택 담장과 화장실 유리가 깨진 채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보금자리주택 3차 지구는 하남시 감일지구을 비롯, 모두 5곳으로 총 2,100만㎡ 규모로 기존 1ㆍ2차 지구 805만6,000㎡, 889만7,000㎡의 2배를 넘는다.

특히 하남 감일지구는 맞닿아 있는 위례신도시와 연계해 서울 강남권의 주택 수요를 대체하는 주거단지로 조성한다는 복안이다.

1차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돼 금년 11월 부터 보상에 들어가는 하남 미사지구는 3.3㎡당 평균 309여만원의 보상금 예정액이 책정된 반면 인근 풍산택지지구의 경우 3.3㎡당 평균 시세가 1600만원선이었지만 양도세가 문제다.

사업자 대책위 관계자들은  공익을 목적으로 강제 수용하는 데도 보상금에 양도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큰 불만을 갖고 있다.

양도세는 비사업용 토지로 분류될 경우 최대 66%까지 물게 되며 감면혜택이 있지만 조건이 까다롭다.

땅을 가진 사람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사정은 더 심각해 토지나 택지 보상은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설과 소득을 보상해 주지만 이를 입증하는 자료가 있어야하고, 땅 주인의 인감증명이 있어야 한다.

보상은 채권과 현금을 섞어 받는 것이 원칙이지만 땅으로 받을 경우 처분할 때까지 세 부담이 없어 주민들은 대토보상이 낫다는 입장이다.

이에따라 보상가 산정을 앞두고 사업자대책위와 LH 간의 마찰이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도 다른 지역 땅값이 비싸 대토로 받는 토지는 원래 가졌던 토지에 비해 턱없이 줄어들게 되며 보상금 산정도 문제가 있다는 것.

보금자리 선정 지구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주변 시세보다 공시지가가 현저히 낮은 데다 보상 산정 가격이 현 시세보다 턱없이 낮아 책정된 보상금을 받더라도 새 주택을 구입하거나 다른 토지를 구입하기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모(49)씨는 "이곳에서 15년째 사업을 하고 있지만 정부가 우리에게 보상금만 받고 나가라는 얘기 밖에 안 된다. 보금자리 주택의 경우 서민을 위해 한다지만 우리도 서민이고 이 곳 또한 우리의 보금자리다. 보금자리를 우리입장에서는 빼앗기는 기분"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모(56)씨도 "보상해 준다고 해봐야 어디가서 살 수도 없다. 보금자리지구 지정이후 일손도 잡히지 않고 신경쓰다보니 매일 같이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할 정도"라고 울먹였다.

또  "보금자리지구 지정이 되지 않았다면 평생을 인심좋은 이곳에서 사업을 하며 편안하게 잘 살 수 있었는데 순식간에 보금자리를 빼앗겼다"며 "이제는 재산권 행사도 못해 그저 답답한 마음이고 하루빨리 대책이 마련되길 바라고만 있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누구를 위한 '보금자리주택' 인가
주변 땅값 너무 올라 이전 쉽지않아

"정부가 강제로 땅을 수용하면 이곳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만큼 납득할 만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정부의 정책에 대놓고 반대하지 못하지만 그 동안 건물에 투자한 자금과 재산권 행사를 못한 것에 대한 보상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박혜경 사업자대책위원장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한 사업장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 "이곳을 제 2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사업장을 마련했다. 보금자리 주택 때문에 또 옮겨야 하는데 옮길 곳도 마땅치 않다. 옮기는 과정에서 현실가 보상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곳에서 종교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57)씨는 "이곳은 대부분 현찰거래를 하기 때문에 실적을 내세울 자료가 별로 없다"면서 "각종 시설비와 자동차 7대를 구입했지만 이런 장비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물류창고를 운영하고 있는 방모(61)씨는 "요즘 수도권 지역의 땅을 알아보느라 정신이 없다. 돈에 맞춰 광주와 남양주시 등지를 돌아봤지만 땅값이 너무 많이 올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서울에서 너무 많이 떨어진 곳에 가서 사업을 해봐야 판로가 막히기 때문에 가까운 곳의 저렴한 땅을 계속 찾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세입자를 위한 이주대책이나 보상비에 대한 기준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투자를 해야하고 마케팅을 통해서 손님을 유치해야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건물을 그대로 나두어야 하고 영수증 처리가 된 것만 보상 증거로 인정받는 것도 이들에게는 불만이다.

박혜경 사업자대책위원장은  "최근에 한국토지주택공사를 방문, 3월까지 편입지역 토지와 지장물에 대에 현실가에 보상해 줄것을을 요구했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당초 약속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정신적 피해는 물론 모든 일에 대해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상은 인색, 생계는 막막
이렇게 빨리 지정될 줄 몰랐다 '쫓겨나는 사업자'

보금자리주택이 봉합하기 힘든 갈등을 양산하고 있다.

오는 11월 사전예약과 함께 보금자리주택 조성이 본격화되는 하남 감일 보금자리지구 등이 현재 ‘보상가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적절한 재산권 보상을 요구하는 토지 소유자들과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반값 아파트' 공급을 내세운 정부 사이에서 줄다리기가 팽팽한 상황.

감일지구 내 사업자들은 감정평가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파주 교하지구처럼 하남시가 공동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감일지구 한 주민은 "이곳도 지금은 잠자코 두고보고 있지만 보상가 얘기가 등장한다면 당연히 갈등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적절한 보상이 없으면 개발을 찬성을 할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일지구지주사업자 대책위 박혜경 위원장

사업자들이 모여 만든 하남감일지구 지주사업자 대책위원회의 박혜경 위원장은 "사실 지구지정 반대는 표면적인 입장이고 정부의 정책을 못하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여기서 수십년간 사업을 해온 이들에게 정부가 현실적인 보상을 해주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대책위원회를 꾸렸다는 설명이다.

박 위원장은 "그동안 그린벨트로 묶여 있으면서 개발행위가 전혀 이뤄지지 못했지만, 다들 아무 말 하지 않고 정부 정책을 잘 따라왔다"며 "정부가 서민을 위해 보금자리주택을 보급하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그동안 행사하지 못한 재산권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해줬으면 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또 "나라 정책을 위해 양보한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차원에서 그런 시설을 사업자에게 우선 분양하는 것, 또는 소유주나 자녀들에게 대토보상 있어 현실에 맞는 조건으로 분양권을 주는 정도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dish@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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