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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이자내기도 버거워요"

 자금난에 빠진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하남 보금자리주택지구에 대한 채권보상기간을 6개월간 늘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당지역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LH가 타 지역 보금자리 지구와는 달리 유독 하남 보금자리주택지구에 대한 채권보상기간을 6개월간 늘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민(덕풍동, 풍산동, 망월동, 선동)들에게는 고통의 날이 계속되고 있다.

 

19일 오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된 하남시 망월동을 찾았다. 마을회관 앞 슈퍼에는 오전인데도 노인 5~6명이 모여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보상이 늦어진것도 억울한데 10월 이후 6개월짜리 채권으로 받게 되어 하루하루가 막막하다는 푸념과 함께 이런 상황까지 오게한 LH에 대한 원망이 뒤섞였고 일부는 감정이 경양된 나머지 당장이라도 LH본사에 쳐들어갈 기세였다.

 

슈퍼를 지나 하남고등학교 방향으로 500m를 가다 보니 최근 은행이자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한모(63)씨를 만났다. "내가 받는 고통을 기자선생이 해결해 줄 수 있느냐"며 인터뷰를 거절하던 그는 "그래 이왕 만났으니 하소연이라도 하자"며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3대 째를 살았다는 한 씨는 할아버지때부터 농사를 짓고 있었던 터라 비교적 규모 있는 밭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것.

 

그러나 지난해 5월 이곳이 미사보금자리 지구로 지정되면서 사업계획이 나오자 부랴부랴 한 씨는 경기도 양평에 5300㎡의 논과 밭을 매입하고 새로운 집을 지었다.

 

한 씨가 매입한 땅값 15억원은 망월동의 토지를 담보로 농협에서 대출한 것으로 올 7월 정도에 보상이 이루어 질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기간에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때부터 한 씨의 고통은 시작됐다. 지금까지 한 씨가 갚은 대출이자는 6000천만원 가량으로 견디다 못한 한 씨는 보상이 나오면 주겠다며 친지에게 돈을 빌려 신장동 주변의 상가를 매입하려고 했으나 경제상황이 어렵다보니 이 또한 쉽지 않았다.

 

 

주민들 "현금 보상 믿었는데…"
조상땅 바쳤는데…채권이 웬말

 

“LH를 너무 믿은 것이 화근이었어요. 아내는 우을증이 도져 병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한 씨의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선동 상추밭에서 만나 조모(58)씨를 만났다.

 

조씨의 아내는 보상이 늦어지면서 답답함과 갑갑함을 없애려고 매일처럼 덕풍동에 있는 모 의원에 나가 공황장애를 치료하고 있지만 좋아질 기미가 전혀 없다.

 

담당 주치의에 따르면 공황장애는 우울병이 아니라 화병중 가장 심한 병으로 자칫 공황장애를 정신병(정신분열증)이나 우울병으로 몰아가는 경향도 있는데 위험천만한 일이라는 것.

 

주민들은 이곳에서 농사를 짓는 50여 주민 가운데 10곳 이상이 이미 다른 지역에 상가나 토지를 임대해 놨고 이중 일부는 월세를 내고 있는 등 이중으로 돈을 지출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누가 이곳을 보금자리지구로 지정해달라고 했습니까. 이곳에서 수십년씩 농사를 지었지만 서울과 가까워서 나름대로 괜찮았던 지역이었지요. 정부가 주민의사와는 상관없이 임의로 지정해 놓고 마음대로 보상계획 변경하고 주민들은 고통받고 세상에 이런 경우가 어디 있어요."

 

땅을 내준 일부 원주민들은 보상이 지연되면서 보상금에 버금가는 대출을 낸 상태이고 '떳다방' 의 유혹에 못이겨 타 지역에 쓸모없는 땅을 구입한 사람도 있다.

 

길거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LH의 보상이 계속 지연되면서 '새로운 둥지 마련'이란 희망을 모두 잃었다"며 "지난 1월 최악의 한파로 여기저기 동파 사고가 속출했지만 고쳐 살 수도 없는 형편에 다가오는 추석이 고통스럽기만 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미사지구주민대책위 관계자는 "현재 대출로 인해 10여 명이 위험한 상태에 빠졌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를 견디지 못하는 주민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LH는 보상지연은 미사지구대책위원회의 지장물 조사 거부로 늦어지다 보니 발생한 현상일 뿐 이곳만의 특수상황이 아니라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어 주민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농사 포기 … 대출이자 부담등 피해 심각
"하남시가  적극 중재나서야"

 

LH는 지난 10일 공고를 내고 오는 24일까지 토지조서 및 문건조서를 열람한 뒤 감정평가를 거쳐 10월 말부터 보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LH는 보상방법을 `6개월 채권보상, 그 이후 현금보상`으로 한다며 덕풍동, 망월동, 풍산동, 선동 일대 7천107 필지에 대해 이의신청 기간을 갖는다는 것.

 

또 보상방법을 `6개월 채권보상, 그 이후 현금보상`으로 변경하고 기존에 만기 3년짜리와 5년짜리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지만 하남 미사지구를 시작으로 5년짜리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LH는 "5000개 이상의 건축물이 흩어져 있을뿐 아니라 주민 반발이 거셌던 것이 보상착수가 늦어진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늑장 보상에 따른 재산상의 피해가 큰데 이제 와서  미사보금자리주택지구와 기타 지구 간 보상방식에 차등을 둬 채권으로 보상받게 되면 피해가 가중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보상과 금년 7월 보상과 이주를 대비해 이사갈 집을 새롭게 계약한 세입자들은 월세를 이중으로 부담해야할 처지에 빠졌다. 이들은 새로운 집으로 이전할 경우 혹시라도 보상비를 받지 못할가 하는 염려로 쉽사리 떠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최근 이 곳을 떠난 구모(45)씨는 "오랜 삶의 터전인 망월동을 떠난 사람도 남아있는 사람만큼이나 고통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부동산을 운영하는 이모씨(56)는 "요즘들어 전세 계약기간이 끝난 세입자들에게 전세 자금을 못돌려주는 집 주인들이 늘어나 전세금 반환청구소송이 이어지고 있다"며 "세입자와 집주인간 크고 작은 시비로 동네 분위기가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주민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채권으로 보상하겠다는 LH공사를 믿을 수 없으며 주민들 사이에서는 원망이 높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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