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기 숙제는 2만~3만원이고, 학생 글씨체와 문체만 알려주시면 일기도 대신 써드릴 수 있어요."
최근 초ㆍ중등학교 방학을 앞두고 인터넷 사이트에서서 여름방학 '금전'에 의한 '숙제 해결'이 거래되면서 이뤄지면서 교육현장과 동심이 병들어 가고 있다．
12일 하남·광주지역 초·중학교 학부모들에 따르면 방학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즘 방학숙제를 대행해준다는 사이트와 인터넷 카페가 성행하고 있다는 것.
최근 인터넷 사이트인 A사 카페와 교육 관련 사이트에는 방학 숙제를 대행해 주는 사이트 250여곳이 개설,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들 사이트는 숙제 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려 놓고 한번 인터넷 결제시스템을 통해 은행계좌, 신용카드로 일정액을 충전한다음 다운로드 받을 때마다 일정 포인트를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또 일부 카페는 50만명의 회원이 등록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한린 일부 교육 사이트는 건당 1000∼2000원을 받고, 방학 숙제를 해결해 주고 있다.
심지어 일부 사이트는 '자신의 숙제를 등록해 사이트에 올릴 경우 현금 또는 포인트를 준다'고 광고하고 있고 찾고 있는 숙제 자료가 없을 경우에 대비해 자료 요청 서비스까지 갖추고 있다.
A 사이트의 경우 여름방학 사이트를 메인 화면에 전면 배치해 놓고 신나는 방학， 배우는 방학， 척척 방학숙제 등 3가지 코너를 운영하면서 독후감과 글짓기， 가족신문， 발명품， 재활용품 만들기에 이르기까지 과제 작성요령과 주의사항 등을 알려주고 있다．
이들은 "입금 후 3일 후면 완성된 숙제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독후감부터 가족신문, 만들기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힘든 방학 숙제를 도와드립니다" 등의 문구로 방학 중 과외, 학원강습 같은 사교육과 함께 숙제 부담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현혹하고 있다.
이는 '베끼기'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거나 돈이면 모두 해결된다는 아이들의 그릇된 의식， 맞벌이로 시간적 여유가 없는 부모들의 묵인， 그리고 이를 이용해 한몫 챙기려는 일부 인터넷 업체들의 장삿속이 빚어낸 합작품이라는 지적이다．
하남 모 초등학교 6학년 조 모양은 "방학동안에 학원 가느라 시간도 없고 혼자하기 어려운 숙제도 많아 독후감 쓰기와 체험 보고서 작성 등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며 "친구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교육 관계자들은 학기 중, 방학 중 가릴 것 없이 학교 교육보다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에 매달리는 잘못된 현실과 함께 숙제를 사고 파는 비교육적 세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일부 학생들의 숙제에서 똑같은 표현이 여러 번 나오기도 하고 심지어 어떤 학생들은 베낀 문서의 오타까지도 겹치는 경우가 있었다"며 "체험에 의미가 큰 기행문은 물론 일기마저도 인터넷 사이트에 의존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심 멍드는 인터넷 '짝퉁숙제'
대행사이트 활개…회원만 수백만명
즐거워야 할 초등학생들의 방학생활이 숙제로 인해 괴로워지고 있다. 수준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방학숙제가 어린 학생들에게 너무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부족한 학습을 보충하고 학기 중 할 수 없었던 체험활동을 하기 위해 주어지는 방학숙제는 학생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노동’으로 인식된 지 오래다.
12일 모 포털사이트에 '방학숙제 대행'이라고 쳐 넣은 결과 '방학숙제 대행합니다', '숙제 도와드려요' 등의 글들이 각종 카페와 블로그를 중심으로 검색됐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가격 문의와 숙제 의뢰도 잇따르고 있어 '숙제 매매'의 수요도 적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 사이트의 경우 처음에는 '방학숙제 도우미'로 개설됐지만 독후감 쓰기와 체험보고서 작성， 동시 짓기 등 '숙제 베끼기' 대행 사이트로 전락했다．
특히 숙제를 대행해 주거나 자기가 한 숙제를 사이트에 올려 다른 학생이 다운받을 수 있게 하면 돈을 주는 얄팍한 상술로 아이들을 유혹하면서 '숙제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하남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생 박모군은 며칠전 밀린 방학숙제를 한번에 해결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한 숙제대행 카페에서 대행서비스를 맡긴 것이다. 이 카페에는 독후감 등 글쓰기부터 그림 그리기, 기행문, 만들기 등 방학숙제를 대행해준다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올라온다. 심지어는 일기까지 대행해주기도 한다.
학부모들도 이런 아이들의 행동을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을 다니며 중학교 3학년생 아들을 키우는 조모(42 광주시 송정동)씨는 "방학숙제도 은근히 시간과 손이 많이 가는데 학원도 다니고 부족한 공부 보충도 하면 시간이 모자란다"면서 "수행평가에 들어가는 방학숙제는 전문가한테 맡겨야 내신성적도 잘 받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에대해 광주지역 김모(39)교사는 "학교에서 형식적으로 제시하던 방학숙제가 그 양과 질에 있어서 개선되고는 있지만 이런 비교육적인 방학숙제는 차라리 없애는 편이 나을 것"이라며 "이런 짝퉁이 진품으로 포장된 방학숙제 결과물에 섣불리 상도 주고 이를 근거로 수행평가에까지 반영하는 어리석음은 없어야 하며， 이에따라 숙제를 성실히 한 학생이 짝퉁숙제에 밀려 오히려 불이익을 받아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방학 앞두고 천편일률 과제도 문제
부모가 나서 자녀 방학숙제 ·도움줘야
수천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미술숙제 대행을 해주는 B인터넷 카페는 인터넷 다운이 아닌 직접 그림을 그려서 집까지 보내주기 때문에 숙제 한편당 4~5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포스터ㆍ뎃생ㆍ수채화 등 그림 한편에 초등학생 4만원, 중학생 4만5000원, 고등학생 5만원으로 주문후 3일이 소요된다.
여기에다 3일이내 빠른 배송을 원할 경우 1만원 추가되는 공지사항까지 친절하게 올라와 있다.
숙제를 초ㆍ중ㆍ고등학생용으로 구분해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도 학생들의 편법 숙제를 조장하고 있다. 학생 수준에 비해 어려운 단어나 문장ㆍ표현이 숙제에 사용될 경우 선생님에게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해당 학년의 어휘력을 고려한 수준별 숙제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꺼번에 밀린 숙제를 해결하겠다는 조급함이 문제라며 일정한 계획하에 숙제를 하는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학부모 조모(42 하남시 춘궁동)씨는 "어른들의 잘못된 상술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며 "숙제를 돈으로 구입하면 편할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봤을때 아이들에게 인성이나 교육에 안좋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원단체의 한 관계자는 "학생들의 눈높이를 생각하지 않는 학교들의 무책임한 태도가 만들어낸 모습"이라며 "교육청 차원의 지도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재연 기자
<저작권자 © 교차로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주] 광주시 청사 출입구 개선사업 '제동'](/news/photo/202404/430375_66929_5710.jpg)
[광주] 광주시 청사 출입구 개선사업 '제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