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 보육시설의 어린이 통학차량이 교육 교량으로 낮밤 없이 불법으로 질주하며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12일 하남경찰서에 따르면 보육시설이 통학차량을 운행하려면 보육시설이나 시설 운영자 명의의 차량을 확보해 어린이에 맞는 좌석 안전띠나 출입문 발판 설치 등 정해진 구조를 갖추고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하남지역 일부 예체능·보습학원들의 경우 어린이 안전장치를 갖추지 않은 자가용 승합차로 인솔교사 없이 운행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일부 학원들이 사고 시 보험혜택을 받기 어려운 불법 지입차량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의 통학버스들은 '어린이 보호차량' 이라는 글씨가 무색하게 바삐 달리며 정원초과까지 일삼는다.

또 오전에 보 육원으로 미취학 아동들을 실어나르던 승합차는 방과 후 보습학원이나 태권도, 피아노학원 등을 바삐 오가는 차로 변신하기 일쑤다.

배부분 불법임에도 아이들으 발이 돼 버린 온갖 종류의 사설 통학차량은 우리 아이들을 위협하는 예고된 시한폭탄이다. 사설 통학차량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책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 불법 부추기는 학원차량

자율학습이 끝나는 12일 발 11시경 하남지역 모 초등학교 정문 앞에는 승합차들이 장사진을 이뤘다.삼삼오오 모여든 학생들은 승합차에 오르고, 일부는 불야성을 이루는 학원으로, 일부는 들러들러 집으로 그렇게 향했다.

하남지역의 각 학원에 지입해 돈을 받고 운행하는 통학용 승합차량은 자동차운수사업법상 대부분 불법이다. 물론 세금부담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관계기관에 신고한 통학용 승합차량은 전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민단체 관게자는 "대부분의 어린이 수송버스는 보호장구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규격도 어른을 기준으로 제작돼 있는데다 지입제로 운영되고 있어 운전자의 안전의식이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초등학생을 주대상으로 한 예체능·보습학원의 경우 어린이 안전장치를 갖추지 않은 자가용 승합차로 인솔교사 없이 운행하는 경우가 상당수에 이르고 일부 학원들은 사고 시 보험혜택을 받기 어려운 불법 지입차량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편리함과 귀갓길 안전 보장을 이유로 자녀들에게 굳이 대중교통보다 비용이 더 들어가는 승합차량을 이용케 한다.

문제의 발단은 일선 학교에서는 물론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시·도 교육청이나 지방자치단체도 보험 가입 여부는 커녕 현황파악도 못하고 있다는 데서 비롯된다.

모 여고 교사는 "꽤 많은 아이들이 통학용 승합차를 이용한다"면서 "그 위험성 때문에 학부모들에게 자제를 권하고 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고 걱정을 털어놨다.

시·도 교육청도 현황파악과 관리·감독의 시급함에는 의식을 같이하면서도 수요자 편의성 제고라는 이유를 들어 '감 놔라 대추 놔라' 관여하는 일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 음지의 통학버스…과태료도 무형지물

우리나라 자동차관리법 '자동차 안전기준에 의한 규칙' 에 따르면 어린이용 좌석의 규격은 가로ㆍ세로 27㎝ 이상, 앞좌석 등받이의 뒷면과 뒷자석 등받이 앞면간 거리는 46㎝ 이상이어야 하며 안전띠도 어린이 신체구조에 적합하게 조절 가능해야 한다(제25조).

또 어린이 운송차의 승강구 발판 높이는 30㎝ 이하, 제2단 이상의 발판 높이는 20㎝ 이하여야 한다(29조). 어린이가 타고 내리기 쉽도록 하기 위한 법규인 셈 이다.

게다가 영세한 보육시설에서는 대부분 학원 소유가 아닌 개인 소유의 지입 제 차량을 쓰는 실정이다.

이들 지입제 차량주는 여러 학원과 계약해 하루에 ' 몇 탕' 씩 뛰다 보니 아이들의 안전을 제대로 챙길 수가 없어 사고 위험도 높 아질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스쿨버스' 가 없다시피 하다보니 '통학버스 정차시 일시정지' 나 ' 통학버스 통행시 앞지르기 금지' 등을 어겼을 때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규도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답답하기는 차량에 대한 지도와 감독을 맡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

하남시 관계자는 "아직 하남시에 영업을 허가받은 곳은 없다"며 "위험성이 상존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제보나 고발이 없을 경우 증거 없이 일일이 찾아다니며 단속을 벌이는 일은 쉽지 않다"고 변명에 급급했다.

경찰에 신고된 어린이보호차량을 이용하는 초등학생들의 안전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서 관계자는 “안전장치가 미흡하거나 미등록 차량이 많은 것은 신고 규정 자체가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라며 “규정대로 경광등, 어린이용 안전띠 등을 설치하기 위해 100만원 이상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도 기피 사유로 분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dish@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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