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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교시 조기수업' 고교생은 파김치

 고등학교 2학년생인 조모(16)군은 지난해 아침 5시에 일어나 세면을 마치면 어머니가 차려준 아침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곧장 시내버스에 몸을 싣고 학교로 향한다.

 

집에서 버스로 20분 거리에 있는 조군의 학교 도착시간은 오전 7시30분,  밤 10시까지 자율학습을 하고 있어 집에 도착하자 마자 씼고 하다보면 12시가 훌쩍넘어 조군은 요즘 하루 6시간도 제대로 못 잔다.

 

 

버스안에 다행이도 좌석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승객들이 많아 손잡이를 붙들고 서있어도 모자란 아침 잠을 견딜 수 없다는 조군은 꾸벅꾸벅 졸다보면 어느새 학교입구에 도착하지만 조군은 수업을 하면서도 밀려오는 졸음을 이겨내지 못해 너무나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올해 고교에 진학하는 조군은 요즘 하는 예비수업이 말로만 듣던 '삭막한 고교시절'의 시작이라는 생각에 졸음과 피곤 등이 누적된 몸으로 철저히 실감하고 있다.

 

30여명의 학생이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있지만 초반부터 책을 보던 학생들이 하나둘씩 자기 시작하고, 만화책을 보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일부는 핸드폰을 손에 들고 수시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는다.

 

시종 공부하는 학생은 10여명뿐이다. 3명의 교사가 10개반을 20~30분 간격으로 돌지만 학생들은 좀처럼 집중하지 못한 채 시계만 쳐다본다.” 지난해 하남·광주지역의 한 고1 학생이 전하는 야자 풍경이다.

 

지난해 하남·광주지역 일부 고교에 '0교시'와 '변칙적인 0교시', 학교측이 시행하고 있는 실적위주의 '야간 자율학습'의 교육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정규수업에 앞서 40~50분 동안 교육방송 등을 시청하는 ‘0교시’와 수업이 끝난 뒤 학교에 남아 자습을 하는 ‘야자’가 고교에서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따라 일부 학생들은 “0교시와 야자 때문에‘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잔다’”고 하소연하며 아침을 거르고, 모자란 잠을 수업시간에 보충하고 있어 '조기수업'대한 무용론이 불거지고 있다.

 

또 일부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인 방과 후 수준별 수업이 시행되면서 결국 합법적인 심야 보충수업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이른 등교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부족한 잠을 채우는 데 1, 2교시를 보내기 일쑤고 수업도 졸고 있는 학생들 깨우느라 효율적인 수업이 되지 못한다.

 

'0교시'수업에 대해 학교측에서는 부모 동의서를 형식적으로 받기는 하지만, 수업에 빠지는 학생은 거의 없다. 형편이 이렇다 보니 ‘365일 가운데 설날과 추석 이틀만 빼곤 다 학교에나온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비정상적 생활습관' 육체·정신  악화…
교육청 말로만 ‘금지’학생은 힘든다'

 

A고교는 특기적성교육 형식을 빌려 오전 8시부터 0교시 수업 1시간, 방과후 2시간 등의 보충수업을 실시한 뒤 1-2학년은 오후 10시, 3학년은 11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B고교도 전 학년이 오전 8시부터 1시간 자율학습한 뒤 1-2학년은 오후 10시, 3학년은 11시까지 자율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또 C고교 역시 오전.오후 1시간씩 특기적성교육 형식의 보충수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오후 11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벌이고 있다.

 

A고의 한 교사는 "오전 7시30분까지 등교해 수업을 하다보면 꾸벅꾸벅 조는 아이들이 많아 제대로 수업도 진행되지 않는다"며 조기 등교 무용론을 주장했고, 2학년생인 구모(17)군은 "0교시만 조는게 아니라 피곤이 누적돼 하루 종일 졸음이 밀려 온다"고 호소했다.

 

이같은 현상은 정규시간 전 보충수업인 '0교시'에 대한  문제가 전국적으로 논란을 일으키자 일부 사립고에서 정규 교과과정을 아예 오전 8시로 조정하는 '묘안'을 짜내 실질적으로 0교시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공립학교로까지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이들 학교는 조기수업과 야간 자율학습을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는 반강제적으로 실시, 일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또 일부 고등학교들은 타 학교의 눈치를 보며 서서히 특별반까지 편성하는 등 과잉경쟁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실제로 서울시에서 촉발된 특별반이 하남·광주지역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일부 고교에서도 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학생은 “평일에 11시까지 자습을 시키는데 적발되지 않으려고 검은 커튼을 치고 빛이 새나가는 것을 막으면서 공부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다른 학생은 “밤 10시 이후 보충 자율학습을 못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아직도 12시까지 공부시키고 게다가 (학교 측에서) 일요일 수업도 강행하려고 한다”는 글을 올렸다.

 

학부모 김모씨는 "밤 10시까지 학교에 있다 온 아이가 이른 새벽부터 등교하는 모습을 보면 이건 교육이 아니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며 "사교육비 경감 대책으로 0교시 수업과 반강제적 야간 자율학습이 사라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지역 고등학교의 한 교감은 “학교끼리 경쟁이 붙어 야간 보충수업이나 자율학습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한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당장 그 학교는 새 학기에 신입생 유치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별로 획일적인 시간운영을 지양하고 학생들의 개별적 특성과 희망을 고려해 운영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무리한 경쟁에 대해서는철저히 지도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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