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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뽀>학원에 짓눌려 날개꺾인 동심‘무대포 과외’만은 금지해야

 오전 8시까지 학교 등교, 오후 12시30분 점심식사, 2시 하교, 3시 피아노학원, 4시 영어학원 5시 수학과외, 7시 피아노학원, 9시 태권도 체육관, 11시 취침.

 

하남지역 A 초등학교에 다니는 5학년 민정(가명·10 하남시 신장2동)이가 매일처럼 실천하고 있는 일과표다.

 

학교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학원으로 가서 강의를 듣고 다람쥐 채바퀴 돌듯 또 다시 집과 학원을 오가는 민정이는 하루종일 학원 승합차에 실려 이곳 저곳 옮겨 다니는 것이 하루 일과의 전부로 아빠 엄마와의 함께 하는 시간은 잠들기 전 두시간 정도가 고작이다.

 

 

친구와 한창 뛰놀아야 할 나이인 민정이는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눈을 바라보며 소리지르고 눈싸움을 하고 싶은 생각은 학원 승합차 안에서 바라보는 차창 밖 세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학부모들의 호주머니가 말라 버렸지만 과열된 교육열기는 식을줄 몰라 방학을 맞아 한창 뛰놀아야 할 아이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울한 1월을 맞고 있다.

 

"우리 아이만큼은 최고"를 원하는 학부모들의 극성스러운 욕심에, 아이들은 쉬는 시간도 없이 수학, 영어, 영재, 피아노 등 학원을 전전하고 있어 동심이 짓눌리고 있지만 학무모들의 생각은 아랑곳없다.

 

오후 2시 학교 수업을 마친 뒤 하루 5곳의 학원을 다니는 슬기(가명·9 하남시 덕풍동)의 생활도 또래의 아이들과 다를바 없이 하남지역 초등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

 

하남지역 B초등학교의 경우 하교시간인 오후 2~3시경에는 각 학원 소유의 승합차들이 아이들응 태우기 위해 우후죽순 진을 치고 있고, 일부 차량들은 학원에서 다른 학원에 아이들을 옮겨 주는 풍경도 흔하다고 학부모 김모(41 하남시 창우동)씨는 전했다.

 

대부분이 개발제한 구역으로 묶여 있어 일자리가 없는 하남시의 경우 서울지역에 사업장을 둔 맞벌이 부부들을 대변하듯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1백여개에 달하는 각종 학원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또 정부가 소규모 학원의 과외교습을 양성화, 고액과외를 줄여 서민들의 자녀들에게도 학원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로 도입된 보습학원 설립 기준의 완화가 보습학원의 난립으로 이어진 것도 한 몫했다.

 

게다가 '다른 아이들은 다 하는데 왜 내 아이만 안 시킬 수 있냐'는 학부모들의 극성과 경쟁의식을 느낀 각 학원들의 과열경쟁이 겹치면서 보습학원의 탈법·편법적 운영에 아이들의 동심만 멍들고 있다.

 

반면 미국인들은 "새벽까지 공부해야 할 정도면 공부에 소질이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을 진지하게 한다. 또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줘야할 부모들이 새벽까지 아이들을 혹사시키는 건 있을 수 없는 비교육적인 학대로 생각한다.

 

 

과외 안하면 따라갈 수가 없다는데...
아이들이 신나게 하는 교육을
 

 

"사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다른 아이들에게 처질 수 밖에 없다"는 사고가 학부모들의 마음을 지배하면서과거 피아노와 미술 등 예능과 영어학원에 치중됐던 학원들의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학원들의 경쟁은 위험수위를 넘어 최근에는 고학년이 받아야할 학교 수업을 미리 가르치는 특기적성과목 학원이 있는가 하면 인터넷에서는 학교 숙제를 해결해 주는 학원 등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는 공부도 해야 하고 학원 교습도 중요하다. 학부모들은 "청소년은 각별한 사회적 보호와 사랑을 받으면서 심신이 건전하게 자라야 할 소중한 존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윤호병원 안과팀 박영순 원장은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정규 교육외에 학원 등에서의 과외활동을 저녁 늦게까지 하는데 따른 눈의 혹사가 시력 저하의 주원인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하남지역의 C초등학교 교사는 "우리아이들 만큼은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생각은 이해하지만 아이들과 충분한 대화없이 부모의 욕심에 학원을 강요하는 것은 자녀교육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학생들도 자신의 시간을 가져야 하지만 학부모들의 조바심과 학원의 경쟁에 밀려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학부보 김모(45 하남시 신장동)씨는 "다른 아이들이 학원을 오가는 시간과 경비를 절약하고 이를 자율적인 공부에 효과적으로 지원한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학부모들도 다양한 학습의 형태를 잘 활용해서 획일화된 교육환경으로부터 받는 중압감이 해소되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이재연기자  dish@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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