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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뽀> 하늘 수놓는 "날아라, 날아."한강 철새 우리가 지킨다

빠알갛게 하늘이 물드는 저녁 무렵 철새 떼가 부상하는 모습은 그 어떤 그림보다도 아름답고 장엄하기 그지없다. 수백만 마리의 겨울철새가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은 말 그대로 장관이다.

 

그순간 푸르름의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신 한강의 저녁 하늘이 일순 잿빛으로 물든다. 지난 11일  오후 하남시 팔당대교 주변에 찾아든 흰죽지 고방오리 청둥오리 등 철새들이 앙증맞은 날갯짓으로 교교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팔당대교 부근 한강 상류도 하류나 밤섬에는 못 미치지만  언제부터인지 미사리 주변이 유명한 철새도래지로 떠올랐다. 

 

조류학자들은 팔당대교 인근이 중랑천 하류·한강 밤섬·김포대교 주변처럼· 대표적. 먹이가 풍부하고, 강폭이 넓어 사람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탓이라고 말한다.

 

 한강 개발과 함께 사라진 당점섬은 최근 한강 퇴적활동으로 다시 생성해 철새 서식지로 탈바꿈했다. 철새들이 이곳에 모습을 나타내는 것은 매년 11월.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철새들의 주 활동시기로 한강 상류 팔당대교 북단에는 겨울이면 고니와 흰뺨 검둥오리, 댕기흰죽지, 청둥오리가 산다.

 

 이곳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오리다. 비오리와 흰비오리, 청둥오리 등 15종의 오리를 관찰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황조롱이(천연기념물 제323호)와 매도 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이곳은 한강유역환경청이 매년 조류 전문가들과 함께 큰고니 등의 개체수를 파악해온 ‘생태계 변화 관찰지역’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팔당대교 하류쪽 당정섬 근처 여울목에 고니가 찾아와 겨울을 나고 있는 장면이 목격됐다.

 

천연기념물 제201호로 흔히 백조로 불리는 고니는 러시아 북부 툰드라 지대와 시베리아에서 번식 후 한국, 중국, 일본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고니는 10월 하순에 이곳을 찾았다가 이듬해 4월에 되돌아가며. 5∼6월의 산란기에 3∼5개의 알을 낳고 수생식물의 뿌리와 곤충들을 먹고 산다.

 

하남지역의 환경단체인 푸른교육공동체는 매주 토요일마다 ‘고니학교’를 여기서 연다.  이곳에서 관찰할 수 있는 조류만도 30여종에 이른다.

 

 

한강 철새 우리가 지킨다 
화려한 군무는  탐조객에게 최고의 선물

 

꽥꽥대는 울음소리로 시끄러운 호수, 길 옆으로 인기척이 느껴지자 한 무리의 청둥오리 떼가 멀리서 수면을 박차고 비상했다. 하늘로 오른 오리떼. 집단 비행 광경은 멀리서 밀려드는 먹구름을 연상케 한다.

 

시커멓게 무리지어 날아오르던 새들은 공중에서 자기들만의 귓속말을 나누는가 싶더니 이내 내리꽂듯 하강해 다시 수면으로 착륙한다.

 

미사리 강가의 수면과 하늘을 온통 뒤덮는 수십만 마리의 새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떻게 똑같이 생긴 놈들끼리 몰려서 예까지 날아왔을까,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서울에서 불과 50여㎞ 떨어진 곳에 이런 아름다움이 있을 거라곤 믿어지지 않겠지만 이곳에는 이런 장관들이 11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 반년 동안이나 계속된다.

 

오는 동안 미사리 가도를 달리며 펼쳐진 풍경을 구경하다 보면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고 하늘을 수놓는 새떼들의 향연을 보노라면 운전하느리 피곤했던 몸도 절로 기운이 솟아남을 느끼게 된다.

 

한강의 수질이 나빠지면서  생태환경이 급격히 악화됨에 불구하고 희귀조류의 개체수가 늘어난 것은 다른 지역에 비해 서식환경이 양호하고, 먹이 등이 풍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몰과 일출 때 펼치는 화려한 군무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멋진 장관으로 철새들이 탐조객들에게 보여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그러나 이들의 천국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여기에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철새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객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면서 이들의 서식지와 생활환경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새들은 민감해서 가까이 다가가거나 소리를 내면 어김없이 다른 곳으로 피하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서 살펴야 한다. 쌍안경과 망원경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초보자는 시야가 넓고 어지러움이 덜한 쌍안경이 적당하다. 좀 더 자세히 관찰하려면 20∼25배 배율에 삼각대까지 갖춘 망원경이 좋다. 

 

조류연구가들은 "갈수록 환경이 악화됨에 따라 겨울철새 주요 서식지의 생태가 급격히 파괴된 이후 겨울철새들이 생태계가 비교적 양호한 팔당대교 주변에 집중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한강수질이 나빠지면서 철새들의 서식환경이 급격히 파괴되고 있어 이런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재연 기자  dish@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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