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시장안의 가게와 집은 서로 붙어있다시피 한 점포들로 모여있었죠."

"어떤 가게는 좁아서 세사람 이상 그 속에 들어가 앉을 수 없어 주인들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손님이 필요한 것을 말하면 가게 안 시렁 위에서 물건을 꺼내왔을 정도니까요.” 80년대 후반 부터 신장전통재래시장에서 장사를 했다는 김모(58 하남시 덕풍동)가 말하는 옛 시장 풍경이다. 

시대는 변해도 시장 속 삶의 열기는 변함이 없다. 서민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있기에 신장전통재래시장은 더욱 그렇다.<편집자 주>

△하남지역 최초의 상설 시장

하남지역의 역사를 고이 간직하고 있는 최초의 상설시장이 바로 신장전통재래시장으로 100개의 점포에 200여명의 상인들이 자리잡고 있다.

신장전통재래시장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40여년전으로 거스러 올라간다. 당시 이곳은 경기도 광주군 동부읍의 중심부일 뿐만 아니라 서울과  접해 있는 이 일대에 상인들이 몰려들어 집에서 농사지은 채소와 식료품 등을 닥치는 대로 팔면서 상권이 형성돼 갔다.

그러나  이곳에 상인들이 언제부터 몰려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지 않지만 이곳이 지난 89년 광주군에서 하남시로 분리되면서 발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민의 생생한 삶을 재현하는 현장

우리네 삶이 묻어나는 재래장터는 마음의 고향이다.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달랠 수 있어 좋고 아이들은 신기한 볼거리에 즐겁기만 하다. 정 넘치는 재래시장서 ‘추억쇼핑’을 하는 재미도 크다.

투박하면서 구수한 목소리를 힘차고 구성지게 외쳐되는 장사꾼들의 목소리, 활기에 넘치며 흥성스러운 시장의 옛모습을 아직 간직하고 있다.

장터국밥 주인 진순옥씨(52. 하남시 덕풍동)는 “신장시장은 주택가와 상가가 밀집된 시장이기 때문에 친근하다는 게 장점”이라며 “손맛을 직접 보며 소비자가 상품의 질을 확인할 수 있는 게 재래시장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튀김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옥자씨(53 하남시 신장동)도 “재래시장의 최대 무기인 저렴한 가격과 손님들과 흥정을 하며 값을 깎아주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그것이 상인들과 손님들간에 오고가는 정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신장전통재래시장은 인근 상가와 각종 소매업소와 어우러져 하남시 상권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형형색색 수십가지의 떡을 파는 떡집들과 야채류,  과일등의 판매점과 옷가게, 반찬 등을 팔고 있는 가게가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이곳 시장에서 적은 돈으로 푸짐하고 싱싱한 생선을 구입 할 수도 있다.

△신장시장도 경쟁력이 있다

3년전 부터 대형마트와 할인업체들이 하남지역에 진출하면서 신장전통재래시장에 덮친 불황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만 가고 있다.

물론 장기적인 경기침체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계절이 가을철로 접어드는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상인들과 쇼핑객들이 한창 붐벼야할 시장에 사람의 흔적은 눈에 띄게 줄었다.

신장전통재래시장 상인들은 요즘 “하늘만 쳐다보고 산다”고 입을 모은다. 야채를 판매하는 김모씨(51)는 “아직 재래시장 경기가 괜찮다고 하지만 바닥경기는 완전히 얼어붙은 것 같다”고 푸념했다.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신모씨(46)도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시장을 지나가는 사람들끼리 엉덩이가 부딪힐 정도였다”며 “신장전통재래시장의 경우 가격과 질적인 경쟁력에서 대형할인마트에 뒤지지는 않지만 워낙 경기가 좋지 않아 너무나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그렇다고 해서 상인들이 장사를 ‘포기’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가격과 질로 승부하고 서비스로 올인해 지역중심상권의 명맥을 유지하겠다는 각오다.

가뜩이나 대형할인점이 점포를 경쟁적으로 늘리면서 손님을 끌어가는데다 경기침체에 대비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하남시와 맺은  희망경제프로젝트 사업도 재래시장 활성화에 버팀목이 되고 있다.

신윤희 신장전통재래시장연합회회장은 “재래시장이 대형할인점보다 물건이 비싸지 않고 쇼핑하기에도 불편하지 않다”며 “시장경기가 나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또 “하남시와 희망경제프로젝트를 맺는 등 공공기관과 물적, 인적 교류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경쟁력있는 상품과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준다면 시민의 사랑받는 재래시장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성이 자자한 '시골즉석 촌두부' 
입 안 가득 고소한 맛 '자꾸만 손이 가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멧돌로 갈아 만들어 준 두부의 맛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특히 이 집의 두부로 음식을 만든 주부들은 순두부찌개, 두부두루치기 등 두부 음식은 '옛 맛'을 자아내게 한다고 극찬하고 있다.

당시 배고픈 시절이라 갓 만들어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두부는 '밥' 대용으로 허기를 채웠지만  양념을 한 간장에 찍어먹는 '맛'은 세월이 갈수록 잊혀지질 않는다.

하남시의 역사를 않고 있는 신장전통재래시장에서 바로 그 '맛'을 찾을 수 있다. '시골즉석 촌두부(대표 박광숙)'가 그곳이다.

두부맛이 좋기로 하남지역 전역에 소문이 자자한 이 집에서는 매일 수차례씩 두부를 만드는데 쌀쌀한 요즘 날씨에 하얀 김이 가게를 덮는 광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마음이 따뜻해지게 한다.

어렸을 적 밥보다 두부를 더 많이 먹었다는 주인 박씨는 친정 어머니의 솜씨를 그대로 물려받아 두부를 만든다. 각 점포에서 판매하는 두부와는 수준이 틀린 것이다.

껄끄러울 게 없는 순두부는 입안으로 미끄럼 타듯 술술 잘도 넘어가면서도 비빔밥의 매운 듯한 뒷 맛에 부채질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텁텁하다가도 여지없이 후련하고 에누리없이 깔끔하다.

두부 한 모당 가격이 1300원으로 시중에서 판매하는 일반 두부보다 비싸지 않은데다 한번 맛을 보면 제값을 하기 때문에 손두부를 찾는 소비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주로 단골손님만 찾아들지만, 언제나 자리 차지하기가 어려울 만큼 붐빈다. 주말이면 두부맛을 아는 서울 손님까지 찾아들 정도다. 늘상 손님이 많던 집에 앞을 다투듯 손님이 몰려들고 두부를 사간 주부들은 고소한 두부 맛에 '과연'하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박씨는 "매일 매일 새벽 두부를 만드는 것이 힘들 때도 있지만 손님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생각하면 피곤함이 사라진다"며 "두부는 건강에 좋아 우리집이 아니더라도 두부를 많이 먹었으면 좋겠다"고 두부 애용을 권했다.

<두부 1모 가격=1300원. 영업시간=오전 8시∼오후 10시. 문의=031-795-9627>

이재연 기자  dish@k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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